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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이탈' 안철수, 독자세력화 제동걸리나

신당 창당 등 독자세력화 및 인재영입에 빨간불
안철수 "최장집, 가시지는 않았다" … 결별설 차단 주력
김종인·윤여준 등 안철수 과거 결별사 주목

(서울=뉴스1) 김현 박상휘 기자 | 2013-08-12 07:20 송고
안철수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서교빌딩에서 싱크탱크 성격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계획을 발표 후 '내일'의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명예교수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3.5.22/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아왔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주말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의원의 정치행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안 의원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며 최 교수와의 결별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최 교수는 향후 안 의원과의 관계를 '사적(私的) 관계'로 한정짓고 있어 안 의원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교수는 지난 10일 안 의원에게 직접 이사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최 교수는 사퇴 이유로 "정치학자로 역할을 한정하려 했던 부분과 충돌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학자로서 전통적인 연구소의 정책개발이나 이론적 뒷받침을 하는데 집중하려 했지만, 이사장으로서 정치적인 역할에까지 참여할 수밖에 없어 그만둔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최 교수는 지난 6월9일 '내일'의 개소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구소에서 최 교수가 창당의 구심 역할을 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과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문제 등 연구소 활동을 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정치에서 풀어나가고 실현할 것이냐는 정치인인 안 의원이 할 일이기 때문에 제 소관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진보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 교수는 안 의원이 삼고초려라 할만한 공을 들인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안 의원은 지난 5월22일 '내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최 교수를 깜짝 등장시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 교수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만큼 저한테 집요하게, 진정성을 갖고 우리 정치와 민주주의를 배우고자 하는 열성과 열정을 갖고 저를 대했던 사람이 없었다"며 "안 의원의 열정에 감동한 것이 이사장직을 맡게 되는 가장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었다.

안 의원이 최 교수를 영입하자 정치권에선 이를 '안철수 신당 창당'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최 교수는 그간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정당정치론자'였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당시에도 "정당을 창당하는 문제는 지금 현재 상황에선 그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신당 창당론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실명제법 시행 2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지 80일만에 지난 주말 이사장직에서 물러냈다. 2013.8.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하지만 최 교수가 갑작스럽게 사퇴함에 따라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 행보에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 교수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내다봤지만, 최 교수의 이탈은 분명 안 의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정치권에선 최 교수의 사퇴가 안 의원과의 정치적 견해차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 교수가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을 당시 안 의원은 물론 안 의원측과 적지 않은 이견을 노출했었기 때문이다.

'내일'의 이사장직을 맡은 뒤 최 교수는 '안철수 신당'의 진로와 관련해 '민주당 보다 진보적이고 노동 의제를 강화한 진보정당 노선'을 표방하자, 안 의원측이 "최 교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가 논란이 커지자 안 의원이 직접 나서 "저도 (최 교수와) 같은 생각"이라고 진화한 바 있다.

또한 최 교수는 지난 1일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반대론을 피력, 안 의원과의 사이에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선지 안 의원은 최 교수와의 '결별설'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렵게 모셔왔는데 그렇게 가시는 거 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가시진 않았다"며 "(최 교수를) 만나 뵙고 상의드릴 것이다. 그리고 계속 조언이나 가르침도 배워갈 예정"이라고 완전 결별설을 일축했다.

최 교수의 사퇴배경에 대해서도 "최 교수께서 이사장직을 맡으신 이후 학자적인 양심을 갖고 하신 말들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을 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한 뒤 "앞으로는 최 교수의 어떤 말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해석을 덧붙여 왜곡하고 폄하하려는 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재영입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선 "(인재영입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이제 결과에 대해서 말씀 드릴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 출판기념회에서 초청인으로 참석한 (왼쪽 두번째 부터) 한나라당 전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이런 가운데, 안 의원과 최 교수의 완전 결별 가능성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안 의원 용인술이나 인재관 등에도 부정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간 안 의원은 김종인 전 의원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굵직한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했다가 결국 이들과 결별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과 윤 전 장관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지만, 안 의원과 정치적 견해차를 보이다 갈라섰다. 두 사람은 이후 '대권주자 안철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주로 내놓으며 '안티 안철수'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안 의원이 지난 2011년 8월말께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려는 뜻을 보이자 먼저 국회의원에 출마하라고 권했다가 당시 안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은 안 의원과 결별 이후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윤 전 장관도 안 의원을 대중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게 해준 '청춘 콘서트'를 주관하며 안 의원의 정치입문을 조언한 바 있다. 그러다 윤 전 장관이 2011년 말 '안철수 대선 출마'를 언론에 내비쳤다가 안 의원이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말하면서 금이 갔다. 윤 전 장관은 지난 해 대선에서 문재인 의원 캠프에 몸을 담았다.

이로 인해 안 의원 주변에선 안 의원의 용인술에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측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안 의원이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한번에 대권주자가 된 탓에 너무 자신감에 차서 그런지 말실수 등에 의해 자신 주변에 꼭 필요한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안 의원측 내부 인적 구성에 대한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 캠프에 몸을 담았던 한 인사도 "안 의원 주변을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에워싸고 ‘뺄셈의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요체인 최 교수가 완전히 떠나간다면 도대체 '진보적 자유주의'는 어떻게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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