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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월터벤더 전 MIT미디어랩 소장

"뛰어난 엔지니어 많은 한국, S/W는 아쉬워 아이러니"
아이들 생각하고 생산할 수 있어야

(대전=뉴스1) 박지선 기자 | 2013-08-09 00:00 송고


8일 KAIST에서 월터벤더 전 MIT 미디어랩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김현준 KAIST 화학과 학생.© News1



'어린이 한 명 당 한 대의 노트북을(The One Laptop per Child·OLPC)'.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하는 비영리 단체이자 프로젝트 명이다.


2005년 MIT 미디어랩 교수진이 설립한 OLPC는 컴퓨터를 접하기 힘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100달러짜리 저가의 노트북(랩탑)을 제작했다.


이후 2006년부터 나이지리아·리비아·우루과이·페루·가나 등 세계 각지의 아이들에게 한 명 당 한 대의 랩탑이 공급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이 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당시 OLPC의 창시자 중 한명인 월터 벤더 전 MIT 미디어랩 소장이 KAIST 학생들 주도로 개최된 아시아 최대 대학생 국제회의 '2013 ICIST'에 초대 받아 7일 한국을 찾았다.


8일 비행기에 오르기 전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


-KAIST 학생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교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방식인 '당근과 채찍'은 창의적인 교육은 아니다. 교육을 할 때 원리를 가르쳐줘서 배우게 해야 한다. 동기를 주는 게 필요하다.


미디어랩은 개발도상국 어린아이들에게 1인당 1대의 컴퓨터를 주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했다. 하드웨어는 떨어뜨려도 잘 고장나지 않을 뿐더러 고장이 나더라도 스스로 기계를 고칠 수 있도록 해서 책임감 갖도록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역시 프로그램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간단한 프로그램 모형을 만들어 운용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도 공급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2005년 처음 원 랩탑 퍼 차일드가 생긴 이후로 여러 회사가 참여하면서 보급이 잘 됐다. 이후에 집중한 부분이 소프트웨어다. 2008년부터 내부 소프트웨어팀이 별개의 비영리 단체로 분리됐다. 그게 지금의 슈가랩스(슈가 프로젝트)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약속한 게 있다. 첫 번째는 교육의 발판을 만들어 줄 것. 기술을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 아이들이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예를 들어 글을 읽고 동영상을 보는 걸 넘어 학생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서로의 프로젝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서로의 결과물을 평가할 수 있게 만드는 거다.


이런 시스템이어야만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교육을 받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교육하는 거다.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일례로 '자바'같은 프로그램은 특화된 언어를 이용해야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슈가는 그 모든 언어를 비쥬얼화 시켰다.(그는 이렇게 말하며 벌떡 일어서서 자신의 랩탑을 이용해 슈가랩스에서 다운받은 '터틀 이벤트' 프로그램을 직접 시연했다.)


월터벤더씨가 자신의 랩탑을 통해 시연한 슈가 프로젝트 중 하나인 '터틀블록' 프로그램 화면. 모형화된 언어를 조작해 거북이의 움직임과 색깔 등을 지정할 수 있다. /이미지 제공=월터벤더 © News1


이같이 복잡한 언어가 아닌 비쥬얼화 된 언어로 직접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성장한 아이들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더 잘 받아들인다. 커버린 아이들은 '이건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슈가의 목표는 소프트웨어 엔진만 개발하는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하고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IT강국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직접 이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이용했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세달 전 뉴욕타임즈에 이런 기사가 났다. 우루과이에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슈가프로젝트(슈가랩스)였다.


지난 5년 동안 우루과이의 300만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아이들이 무섭게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받아들였다는 게 5년 후에 증명된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뛰어난 엔지니어는 많은데 소프트웨어 쪽 발전은 낮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들을 직접 활용해보는 건 더욱 중요하다. 카이스트같은 선도 학교들이 이같은 프로젝트를 퍼트린다면 많은 이들이 따라갈 것이다.


-슈가 프로젝트는 모두 무료인가.

▲슈가 프로젝트는 사이버 상에서만 진행된다. 초기자본도 '0'이었고 모두에게 무료다. 또 모든 컴퓨터의 운영체제(OS)에서 구동되도록 했고, 누구나 웹(www.sugarlabs.org)에 접속해서 다운 받을 수 있다.


특히 교육은 자본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한 영향력을 끼치려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성을 갖고 공급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게 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공익성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를 사용하는 아이들에 의해서 여러 방면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어린이가 있는 한 슈가랩스는 있다.





pencils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