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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김승환 결혼, "하객…돼주실래요?"

9월7일 공개 결혼…장소 아직 미정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3-08-08 04:49 송고 | 2013-08-08 05:21 최종수정


동성연인으로 알려진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까페 창비에서 열린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8.8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려고 합니다. 2013년 9월7일 저희는 많은 분들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더 로맨틱한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편지 중)


한 달 뒤 국내 최초의 공개 동성 결혼식을 여는 김조광수 감독(48)과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의 김승환 대표(29)가 8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인문카페 창비에서 '당연한 결혼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결혼 당사자들을 비롯해 이동연 문화연대 소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박혜민 한양대 LGBT인권위원회 부위원장 , 임보라 목사, 정혜신 박사, 장병권 활동가, 배우 박수영 등이 참석했다.


선명한 분홍색 자켓을 입은 김 대표는 "지극히 사적인 결혼식임에도 사회적 의미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려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어떤 곳에서 행사를 치를지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어젯밤에 솔직하게 써봤다"며 김 대표를 처음 본 순간부터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까지 담긴 A4용지 한 장 분량의 진솔한 편지를 낭독했다.


김 감독은 "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하객들에게 만원 이상 축의금을 보내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 동안 부조를 정말 많이 했는데 내가 냈던 축의금 이상을 보내주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결혼식 축의금과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모금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센터인 '신나는 센터'와 이를 운영하는 성소수자 인권 재단(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센터와 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시작되며 내년 재단이 먼저 설립된 뒤 2017년 센터가 건립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모금액 10억원, 정기후원자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월7일 결혼을 앞둔 김조광수 감독(왼쪽)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레인보우팩토리 제공). © News1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의 총연출자 이동연 소장은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결혼식보다 두 사람이 평생 기억할 만한 결혼식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두 분이 동의했다. 이번 결혼식은 대단히 로맨틱하게 할 것"이라며 "즐거운 축제처럼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입을 뗐다.


행사 당일에는 우선 하객과 시민들이 결혼식을 상징하는 설치물을 만든 뒤 뮤지션 1~2팀의 축하무대가 이어지고 일몰 직전 본식이 이뤄진다. 김 감독과 김 대표와 남성동성애자 합창단 지보이스가 참여하는 뮤지컬 형식이 될 예정이다.


본식을 마친 후에는 뮤지션 2~3팀의 공연이 뒤따른다. 참가 뮤지션은 시대를 풍미했던 기성 가수, 인디 가수 등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이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다만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시내의 야외 장소 네다섯 군데를 물색 중이다. 이 소장은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하려 했지만 불발됐다며 "청계천 시설관리공단은 종로구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종로구청에서는 광통교 민원이 제기될 경우 결혼식의 모든 집기를 철거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안전하게 결혼식을 하는 게 1순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공개적으로 용기있게 나선 두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드린다"며 "동성애자 센터와 재단을 만든다는데 우리 사회 편견들과 싸움을 해나가는 전체 과정인 것 같다. 성소수자들이 쉽게 문턱없이 드나드는 공간이 꼭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며 "두 사람이 모인 것이 모든 자매와 형제들의 즐거움이 된다"는 결혼 기념 찬송가의 가사를 읊었다. 임 목사는 '신나는 센터'와 연계돼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위한 쉼터가 만들어진다며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마인드프리즘 대표인 정혜신 박사는 "우리나라 같은 보수적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결혼하는 역사적 순간에 같이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향후 LGBT센터에서 이뤄질 청소년 상담에 대해 설명했다.



커밍아웃한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그의 19세 연하 동성 애인인 김승환씨가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한 극장에서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3.5.15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장병권 활동가는 부산 지역의 한 청소년이 동성애 성향을 이유로 괴롭힘당하다 자살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들며 "김신 대법관은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앞세워서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안전하게 학교를 다녀야 할 권리를 짓밟아버리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식 축의금으로 만들어질 성소수자 센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박수영은 "선구자적으로 결혼하는 두 분이 아직까지 커밍아웃하지 못한 동성애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의무적으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 축하드린다"고 언급했다.


박혜민 부위원장은 김 감독과 김 대표의 결혼식을 응원하는 대학생 지지모임 '이 결혼 찬성일세'를 대표해 지지선언서를 읽었다. 대학생 지지모임에는 인하대, 연세대, 서울대 등 총 10개 대학의 성소수자 및 반성폭력 모임과 4개 청년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 사무처장은 회견을 마치며 "2000년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할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며 "그날은 석천씨도 많이 울고 정말 우울했는데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우리 사회의 아쉬움을 얘기했지만 많이 온 것 같다"고 달라진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짚어줬다.


이날 기자회견까지 확정된 김 감독과 김 대표의 결혼식 하객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만화가 박재동, 영화감독 봉준호, 변영주, 류승완, 임순례, 소설가 공지영, 시인 김선우, 진선미 민주당 국회의원, 배우 예지원, 소유진, 연우진, 김꽃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박주민 변호사 등 총 1134명이다.


9월7일 열리는 결혼식을 지지하는 이들은 누구나 하객이 돼 행사에 참여하고 LGBT센터 건립을 위한 축의금을 낼 수 있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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