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외치며 울산을 향했던 '희망버스'가 어쩌다가 폭력버스로 돌변했을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일 희망버스 기획단이 60여대의 희망버스와 2량의 희망열차를 이용해 40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을 현대차 울산공장에 집결시키면서 비롯됐다. 희망버스가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향한 이유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희망버스 기획단의 의도와 달리, 이 자리에 모인 40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현대차 용역경비업체들과 충돌을 일으키며 삽시간에 시위대로 돌변하고 말았다. 1차 집회장소였던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 참가자들이 모일 때만 해도 4000여명의 희망버스 참가자와 1000여명의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의 대치로 긴장감은 흘렀지만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정문에서 5km 떨어진 철탑 농성장에 도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철탑 농성장 주위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려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왜 갑자기 공장진입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는 현대차와 희망버스측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측은 집회 참가자들이 갑자기 3공장 철제 펜스를 뜯어내려고 해서 막았다고 하고, 희망버스측은 현대차측에서 먼저 물대포를 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간에 집회 참가자들은 삽시간에 폭력 시위대로 돌변했고, 이 바람에 100여명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만장용 깃대를 죽봉으로 사용하며 공장 점거를 끝없이 시도했고,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방어했다. 이 와중에 돌멩이가 오고가고, 몸싸움도 심하게 벌어졌다.
용역경비업체 직원 이모씨(52)는 희망버스 시위대가 휘두른 죽봉에 맞아 이마와 얼굴부위에 10cm 이상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울산대학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현대차 직원인 빈모 과장(45)은 시위대가 던진 돌에 얼굴을 맞아 중상을 입기도 했다. 시위대도 쇠파이프와 돌에 맞아 머리가 20cm 이상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희망버스 참가자, 현대차, 경찰 사이의 충돌은 이날 오후 10시가 돼서야 소강됐다. 공장 철제 펜스가 25m 가량 뜯겨져 나갔고, 현대차측은 82명, 희망버스는 일반 시민을 포함해 약 100여명이 부상을 입고 난 뒤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후 10시 30분께 공장 진입시도를 중단하고 철탑 문화제를 시작했다. 문화제는 자살한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 대한 추모식과 공연, 난상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실제 현대차는 22일 희망버스 시위대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폭력시위를 주도한 13명을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울산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 대상자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및 희망버스 기획단 등 외부인 8명,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 및 노조 간부 5명 등 모두 13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시작된 '희망버스'는 이번 폭력사태로 사회적 비난대상이 돼버렸고, 이로 인한 후유증은 노동계 전반에 절망을 안겨주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절망버스'로 변질돼버린 희망버스는 앞으로 더이상 달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2016년 상반기까지 총 35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우선 올해 총 1750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희망버스 측은 사내하청 노동자 8500명을 모두 정규직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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