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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몰' 장례절차 두고 유족 '분통'

중흥건설 측, 협상 않고 빈소 떠나
유족, 서울시에 협상 참여해달라 요청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3-07-19 04:54 송고 | 2013-07-19 05:33 최종수정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로 숨진 7명의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 © News1 안은나 기자


"멀쩡한 사람 죽여놓고 대체 이게 뭐하는거냐.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는가."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발생 닷새째 사고 희생자 장례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오전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희생자 7명의 위패(位牌)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장례식이 시작되고 사흘이 흘렀지만 아직 발인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태다.
한 유족은 "사람 7명이나 죽었는데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시공사, 하도급 책임자들도 얼굴을 안 비추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협상이 안 될 경우 발인날짜를 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관도 안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35분께 이종필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 등 8명의 서울시 의원들이 빈소를 찾자 유족들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한 유족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화환을 던지며 "사람이 7명이나 죽었는데 대체 뭐하는거냐"며 "인사만 하고 사진만 찍지 말고 결과를 가져와달라"고 분노했다.

희생자 박명춘씨(48·중국인)의 부인 이춘월씨(41·여)는 "내 신랑을 그 구덩이 속에 죽여놓고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있느냐"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명 다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대체 어디까지 참아야 하느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신랑이 비가 많이 와 공사현장에 한강물이 넘칠 것 같다고 했었다"며 "대한민국이 대체 한 게 무엇이냐"라며 통곡했다.

유족 측은 "중흥건설 사장과 동아지질 사장 아무도 빈소에 오지 않았다"며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전날 유족과 장례절차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던 중흥건설 관계자는 협상을 결렬하고 빈소를 떠났다.

한 유족대표는 전날 열린 협상과정에 대해 "사람이 한 두명 죽었냐"며 "중흥건설 앞에 일반인인 우리가 마주앉아 협상을 진행하려니 도저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서울시 측에 협상과정에 함께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상태"라며 "서로 신뢰를 가지고 대화를 해보자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천호건설은 부도나고 중흥건설은 협상을 결렬하고, 대체 우린 어쩌란 말이냐"며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를 하다가 이렇게 여러명이 숨졌는데 서울시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중흥건설 앞에서 우린 아마추어도 아닌 바보였다"며 "눈요기로 장례식장만 차려놓고 닷새가 지나도록 유족에게 돌아온 말은 아무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서울시 측은 이날 오후 3시께 노량진 배수지 사고 유족지원 등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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