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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명숙 사건' 구형 후 이례적 의견서 제출

A4 용지 17페이지 분량…조목조목 반박
"1억원 수수경위 밝히지 않는 것은 판단 회피"

(서울=뉴스1) 이윤상 기자 | 2013-07-15 20:01 송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문재인 등 민주당 의원들과 8일 오후 항소심 4회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News1 윤선미 인턴기자


검찰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55)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69)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한명숙 사건 수사팀'은 15일 재판부에 '1억원 수표의 증거가치 및 의미'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17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최종의견과 구형을 마친 상태에서 재판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그만큼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뉴스1이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 사건에서 1억원권 수표와 관련해서 변하지 않는 두가지 사실은 한만호씨가 한 전 총리를 모른다는 것, 한 전 총리의 동생 한모씨는 한만호씨가 발행한 1억원권 수표를 전세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 등"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이 1억원권 수표를 어떻게 받게 됐는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면 거짓과 침묵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한 전 총리를 위해 판단을 회피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망한 피해자의 피가 묻어있는 칼자루에 피고인의 지문이 묻어있고 피고인이 어떻게 그 칼에 자신의 지문이 묻어있는지에 대해서 해명한 사실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 죽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비유를 들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찔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런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 의심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검찰의 표적수사, 보복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수사적인 문구만 나열하고 있다"며 "이는 진실 앞의 오만이며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한 전 총리의 동생 한모씨가 1억원권 수표를 사용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세가지 경우를 들며 한 전 총리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검찰이 1억원권 수표가 전달된 경로로 제시한 세가지 경우는 ▲한만호→제3자→한 전 총리→동생 한모씨 ▲한만호→한 전 총리의 비서 김문숙→동생 한모씨 ▲한만호→한 전 총리→비서 김문숙→동생 한모씨 등이다.

검찰은 "첫번째 경우 한만호씨가 제3를 통해 수표를 건넸다면 한 전 총리 측은 굳이 비서 김문숙씨를 내세워 수표를 빌렸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두번째 경우인 김문숙씨가 한만호씨로부터 남편 사업자금을 위해 돈을 빌렸다는 주장은 1년 이상되는 장기간 현금과 수표를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비춰 인정할 수 없고 1심 재판부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문숙씨가 한 전 총리의 동생 한모씨에게 돈을 빌려줬을 가능성은 정황상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 의견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월17일 동생 한모씨는 김문숙씨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던 중 수표를 빌리기로 약속했다고 증었했지만 그날 한씨는 낮 12시12분께 김문숙씨의 집으로부터 29㎞ 떨어진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있었다.

또 동생 한씨는 2009년 2월21일 김문숙씨의 집에 가서 1억원권 수표를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그날 한씨가 경기도 일산에 있을 때 김문숙씨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동생 한씨와 김문숙씨의 증언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변호인들은 계속해서 단순한 기억의 착오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한 기억착오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동생 한씨는 증언을 거부하고 김문숙씨는 증언을 회피했다"며 "한만호씨가 김문숙씨에게 1억원권 수표를 교부하고 김문숙씨가 동생 한씨에게 이를 건넸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과 함께 징역 4년, 추징금 5억8000만원과 미화 32만5000달러 등을 구형했다.

또 함께 기소된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문숙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30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원심 재판부는 '한명숙은 깨끗한 정치인일 것이다', '검찰이 증거를 왜곡했을 것이다' 등 선입관으로 증거를 봤다"며 "유기적으로 결합된 증거를 무리하게 분리했고 일부 증거에 대한 판단을 빠뜨렸고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원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9일에 있을 예정이다.


ys2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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