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삼성 부품국산화 노력 20年…애플도 눌렀다

[뉴스1 창사 2주년 기획] 창조경제 로드맵을 짜자
<부품소재 경쟁력 높이자④>협력사 '상생'통해 국산화 이끌어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2013-06-06 23:01 송고 | 2013-06-07 00:24 최종수정
(삼성전자 제공)© News1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규모는 7억10만대로, 삼성전자는 2억1300만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30.4%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애플은 1억3580만대(19.4%)를 팔아 2위를 기록했다. 불과 5년만에 애플의 '아이폰'을 누르고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당당히 꿰찬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른 것은 물론 휴대폰 시장의 '철옹성'같았던 노키아도 제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지 20년만의 성과다.

'애니콜'과 '갤럭시'의 성공신화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이 가장 중요한 성공비결로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면서 쌓은 기술노하우와 부품국산화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10년전만해도 휴대폰용 국산 부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국산 부품이라고 해봐야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휴대폰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핵심칩들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 등 국산 휴대폰 제조사들은 핵심칩 수입에 한해 수조원을 들여야 했다. 미국과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다보니, 휴대폰 1대를 수출해봐야 '남는 게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90년대부터 비메모리에 꾸준히 투자해온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핵심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독자화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모뎀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전력반도체(PMIC) 국산화에도 성공하면서, 삼성은 연간 125억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지난해 총 103건의 기술을 국산화하면서 1347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봤다. 올해는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신기술과 50개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이것만 국산화하면 연간 1652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삼성전기는 기대하고 있다.
갤럭시S4에 장착된 AM OLED(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엑시노스 AP칩.© News1


◇스마트폰 국산화율 90% 되기까지…


이같은 노력 덕분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의 국산화율은 현재 90%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스마트폰의 부품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부품 협력사 발굴 육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년전부터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산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공동기술개발'을 진행했고, 품질을 혁신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정보를 지원했다. 당시 39개였던 협성회 회원사는 지금 166개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0년부터 협력사가 아닌 회사도 지원하는 '혁신기술 기업협의회(이하 혁기회)'도 꾸렸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비즈니스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삼성전자의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결국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열린 혁기회 전시회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기술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다함께 핵심기술 국산화 노력을 지속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노력은 삼성 스마트폰의 부품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외산 스마트폰의 한국산부품 비중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개척자이자, 현재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애플은 '아이폰' 부품원가의 48%를 한국에 지불하고 있다. 아이폰의 메모리와 AP,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가 모두 한국제품인 것이다. 한국산 부품의 가격을 합치면 약 90달러로, 아이폰 부품원가 188달러의 48%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삼성전자와 특허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지만 삼성전자로부터 낸드 플래시와 모바일D램, AP 등을 공급받고 있다.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대체 부품이 없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적군의 부품을 써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애플에게 '저가공급 안한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협상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5년까지 50개 강소기업 육성목표


사실 협력사와 '상생'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부품 전량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애플과 대조를 이룬다. 애플은 부품뿐 아니라 생산까지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삼성처럼 협력사와 오랜기간 동반관계를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업체와 끈끈한 연대의식이 없을 뿐 아니라 공동기술개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부품을 외주제작으로 맡기면서 애플의 기술만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애플의 AP칩 제작을 대행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 지금은 애플의 가장 큰 경쟁사로 부상했다는 해석도 있다. 애플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이 이 기술을 중국 회사에 판매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협력사의 매출과 기술개발, 혁신활동 등을 더욱 꼼꼼히 챙기고 있다. 우수 1차 협력업체를 선정해 2015년까지 5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삼성의 계획이다. 해당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5로 성장유망한 부품업체를 '강소기업'으로 지정하는데, 올해 14곳을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선정된 강소기업에게 자금과 제품개발을 지원하고 제조나 구매 분야의 컨설팅 인력을 무료로 파견한다.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개선점을 지적해주기 위해서다. 자금도 500억원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거나 무상지원할 계획이다.


올해의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피에스케이(PSK) 관계자는 "과외를 받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한달에 20여일은 현장에 나와 매출과 기술개발, 혁신활동 전반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했다. 이에 PSK 직원들은 삼성측의 '숙제'를 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최근 2차 협력사 지원에도 나섰다. 올해 35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제조현장 개선에 70억원, 50개 회사를 대상으로는 수주에서 출하까지 각 과정별 취약분야를 강화하는데 20억원을 투자한다. 제조, 공정 분야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작업도 50여개 회사를 대상으로 20억원을 들인다. 이 외에도 2차 협력사 1900여명을 대상으로 기술이나 품질에 관련한 직무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삼성전자 임원과 간부로 구성한 컨설팅팀 60명이 2차 협력업체를 전담해 지원한다.


또한 1차 협력업체를 평가할 때 2차 협력업체와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체결 유무를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1차 협력사에게 현금성 결제비율을 확대할 것과 삼성의 단가 조정 내용을 2차 업체에게도 통보할 것을 의무화했다.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은 "부품을 국산화하려는 것은 제품 납기일을 줄이고 부품의 질이 높아지도록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협력사 중 10%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song65@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