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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춘을 위한 한윤형의 냉정한 위로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출간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3-04-25 10:06 송고 | 2013-04-25 10:13 최종수정
신간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한윤형씨(30)(제공=한윤형). © News1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회 혹은 시대 문제를 드러내면서 청년들을 위한 위로를 찾으려는 시도다."
새 책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낸 한윤형씨(30)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평동의 한 카페에서 "내 글은 자기 위안이나 환상을 주는 위로보다 있는 것을 냉소적으로 드러내 만들어지는 역설적 위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힐링도 필요하지만 힐링의 기반인 객관화가 있어야 한다. 위안의 근거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왜곡돼 있으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20대 논객,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 기자, 키보드 워리어, 독립 자유 기고가…….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한윤형 앞에 붙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그럼에도 그는 "20대 중반부터 아버지의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평생 이렇게 벌 일이 없을 것 같다"(책 본문 중 28쪽)고 생각하고 "30대 초반인 지금도 결혼을 할 전망이 없다"(26쪽)고 단언한다.
이러한 사적인 고백은 1부 '잉여의 이유'에 집중돼 있다. 1부에 담긴 그의 블로그나 칼럼 속 사적인 이야기는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들춰낸다.

이례적으로 저자 소개가 책 앞, 뒷날개를 꽉 채운 것도 '20대 보여주기'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한윤형은 "자조적으로 자기 소개를 쓰다보니 책 내용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나와 그런 식의 자기소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윤형은 "기성 세대가 경제도 성장하고 자기 삶도 올라가는 느낌 속에 살아온 반면 우리 세대는 자기 삶의 전성기가 10대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른 언저리된 양반들이 좋았던 10대를 추억하는 형편"이라며 "우리 세대는 앞으로 계속 내려가고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은 '내려가는 시대'라는 것이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청년 논객 한윤형의 잉여 탐구 생활'(제공=도서출판 어크로스). © News1


1부에서 자신을 드러내 청년 문제를 보여줬다면 2, 3부에서는 공적 서술로 청년 문제와 결부된 사회 문제를 설명한다.

"청년 세대의 문제는 그들이 가장 힘든 세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한국의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층이기에 문제가 된다."(7쪽)

2부 '루저들의 사회'와 3부 '내려가는 시대에 살아남기'에서는 세대론 비평과 실제로 사라진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는 이번 책에서 청춘들이 자처하는 '잉여', '루저'라는 정체성이 사회에서 주조된 것임을 분명히 한다.

"특정 세대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어떤 생산 과정에 참여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진 현상은 한 세대를 무기력증과 우울함이 결합한 어떤 정신 상태로 내몰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에 해당하는 현상을,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치부하며, 청년 세대의 인성을 규탄하는 조류에 나는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300쪽)

한윤형은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후기 자본주의 체제를 세대론과 연결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삶의 안정성을 앗아간 후기 자본주의 문제를 통해 세대론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나부터 2, 30년 후 계속 직장을 다닐지, 자유 기고가가 될지 등과 같은 불안정성을 안고 산다"고 지적했다.

한윤형은 "이 책을 동세대인 2, 30대는 물론 기성 세대도 읽었으면 한다"면서 "주변 선배들이 이 책을 읽고 '대학원 가라'는 조언을 그만했으면 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했다.

'88만원 세대'가 서점가를 휩쓴 후 자·타의로 '20대 논객'이 된 한윤형은 인터뷰 말미 20대들에게 "본인이 겪는 문제를 다른 이도 비슷하게 안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했으면 한다"며 "사회를 총체적 시선으로 바라보다보면 또 다른 연대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제언했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한윤형이 2007년부터 올해까지 일간지와 계간지에 쓴 칼럼과 기고문 등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청년 논객 한윤형의 잉여 탐구 생활'. 도서출판 어크로스. 307쪽. 1만5000원.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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