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16일 열린 민주통합당 국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소속 간사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이들 내정자의 임명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윤 내정자와 이경재 방통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과 우려를 집중적으로 전달했으나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듣기만 하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원들이 다시 인사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실망을 많이 드려 안타깝다. 그러나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고 그런 점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들 두 장관 내정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빠르면 17일 오후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으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와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 내정자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이들 5명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6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었다.
국회가 청와대가 요청한 송부 시한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은 17일 이후부터 언제든지 이들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최·윤 두 내정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박근혜 정부의 17개 부처 장관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게 된다. 박 대통령 취임 후 52일만에 새 정부의 골격이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기도 하다.
그동안 조직 수장인 장관이 임명되지 않아 어수선했던 미래부와 해수부는 미뤘던 인사 등을 통해 조직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조차 반대했던 인선을 강행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안게 될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며 "대통령이 겨우 소통의 물꼬를 튼 시점에서 스스로 물길을 막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불통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인사들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전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 강행을 고집한다면 그간 보여준 소통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스스로 국정의 난맥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을 논의하는 등 모처럼 조성된 야당과의 소통정치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이번 일로 여론이 악화되고 그 여파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4·24재보궐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더 이상 이들 장관의 임명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미 야당에 인사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윤 내정자 임명에 도움까지 요청했다"면서 "이번에는 야당이 도와줄 차례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최·윤 두 장관 내정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임명을 사실상 눈 감아줬다는 관측도 있다.
전날까지 청와대가 윤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16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초청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단 청와대 만찬에 불참하겠다던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만찬에 응한 것은 임명 강행을 묵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대안도 없이 윤 내정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기류가 '박근혜 정부의 발목잡기'로 비쳐지면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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