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이사장 사임 '왜 하필 취임식날에'

사퇴의 정치적 효과 극대화 관측
박 대통령과의 사전교감 여부도 주목

본문 이미지 -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사임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친한 정수장학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3.2.25/뉴스1 © News1 이명근 기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사임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친한 정수장학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3.2.25/뉴스1 © News1 이명근 기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갑작스런 자진 사임 발표를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이사장의 사임 발표는 분명히 의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5일에 맞춰 이뤄진 것이어서 '왜 하필 이날'이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대선전이 한창이던 작년 10월, 민주통합당은 부산일보와 MBC 지분을 보유한 정수장학회을 겨냥해 5.16 군사쿠데다 세력에 의해 강탈된 장물이라며 사회환원을 촉구했었다.

또한 민주당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박 후보가 받았던 모든 특전과 특혜를 내놓고 최 이사장 등 박 대통령 측근 이사들이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었다.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도 끝까지 퇴진 않고 버티던 최 이사장이다. 나중에는 과거사 문제에 부담을 느낀 박근혜 후보 마저도 간접적으로 최 이사장의 사퇴를 바라는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당시 여권에서는 그를 사퇴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박근혜 후보의 뜻마저 거스르며 이사장직을 유지하려 했던 최 이사장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그의 돌연한 사임 발표는 전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아직 1년1개월이 남아 있는 상태다.

최 이사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사퇴의 변에서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자칫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모두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야당의 공세에 밀려 이사장직을 그만둘 경우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 것을 우려해 사퇴를 미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당시 박 후보가 사실상 최 이사장의 사퇴를 원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최 이사장의 이같은 언급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때문에 특수관계인 박 후보도 어쩌지 못할만큼 고집스럽게 이사장직을 유지한 것은 정수장학회 운영과 관련된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대선 과정에서의 사퇴가 마치 야당이 주장하는 문제점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이 싫어서 거부했다면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의 자진 사퇴 시점은 사실은 최 이사장의 택일에 달린 문제였다.

때문에 최 이사장이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에서 벗어나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첫날에 사퇴를 발표한 것은 역시 사퇴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날에 사퇴를 함으로써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부담을 극적으로 털어내 주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정수장학회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계속된다면 최 이사장에게는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 측이 최 이사장의 사퇴를 사전에 알았거나 또는 이 문제로 물밑에서 조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관 출신의 최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70년대에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내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 후임으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을 만큼 최 이사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는 크다.

두 사람의 관계로 미루어 보면 이사장 사임을 두고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 이사장의 사임 발표가 있은 직후 "대통령이 어떻게 알겠나. 최필립 이사장의 인사권자도 아닌데"라며 사전 교감설을 일축했다.

최 이사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최 이사장의 사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수장학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정수장학회 문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명한 선택"이라며 "앞으로는 장학회가 정치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선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이사장의 사퇴로 정수장학회 문제가 일단락 될 지 아니면 새 이사진 구성 문제나 야당이 주장하는 사회 환원 등의 문제를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질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한편 최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이사장이 공석이 된 정수장학회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감독청인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게 된다.

nyhur@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