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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서남대 의대, 의사고시 합격률 왜 높은가 했더니…

의학교육평가원 “서남대 의대 교육 중단해야”
의료계“졸업생들 기본자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2013-02-13 06:16 송고 | 2013-02-13 10:25 최종수정

전북 남원에 위치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무더기로 의사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서남대 의대의 의학교육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학교육평가원은 12일 입장자료를 통해 “서남대 의대가 본원의 평가인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교육시설과 교수진, 교육과정을 확보할 때까지 서남의대 내에서 교육이 시행되면 안 된다”며 “또 서남의대의 신입생 모집도 중단돼야 하고, 특히 교육당국은 향후 서남의대에 대한 행정조치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서남대에 대한 감사를 통해 교비횡령을 비롯한 부실교육 등의 각종 부조리를 적발했다.

서남대는 지난 1991년 개교 후 지속적으로 재단 관계자의 등록금 유용, 대학 부실 운영 등으로 여러 차례에 교육 당국의 감사와 지적을 받아왔지만 개선되지 않아 교과부는 결국 서남대 폐교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사에서 서남대는 임상실습 시간이 부족한 의대 학생 중 134명에게 편법으로 학점을 수여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교과부는 이들에 대해 학위를 취소시키기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134명 대다수가 이미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일선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학위가 취소되면 의사면허도 자동으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따놓은 의사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서남대 의대의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는 게 일선 의사들의 전언이다.

서남대 의대는 1994년 교과부 인가를 받아 1995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1995년 첫 입학생들부터 교육수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병원실습을 해야 하는 본과 학생들은 외과, 정형외과 수술 장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실시되는 해부학 실습 등도 부실했다.

한 서남대 의대 졸업생은 “재학시절 학교교육과 현장교육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었다”면서 “이 때문에 재학 중 다른 학교 의대로 편입을 시도했던 학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남대 의대는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매우 높은 학교다. 여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서남대 의대 출신의 전언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해마다 실시되는 의사국가고시에서 100% 합격률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서남대 의대의 경우 의사고시 100%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수차례 획득했고, 평균적으로 의사고시 합격률이 높은 학교에 속한다.

이에 대해 서남대 의대 출신인 A씨는 “서남대의 경우 제대로 된 실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학생들 대부분이 의사국가고시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며 “다른 학교 의대의 경우 본과 4학년 졸업 때 까지 모든 실습을 하고 있어 학생들은 틈나는 대로 알아서 의사국가고시를 공부해야 하니 합격률이 서남대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영어공부에 비유하자면 미국인을 만나도 말 한마디 못하는데 토익점수는 900점 이상 나오는 학생들이 많지 않느냐”며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 어학연수 한 번 가지 않고 한국에 있는 사설학원에서 토익점수를 올리기 위한 영어시험 요령만을 공부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계자는 “서남대 의대 졸업생들이 기본 자질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의대 6년을 마치고 나와도 당장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의사국가고시 통과 후 병원에서 수련의 등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k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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