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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버티기에 정치권 속수무책…'여야 정치력 실종'

새누리 '표결로 처리' 선회 불구 내심 자진사퇴 미련
민주 '자진사퇴가 유일 해법' 주장만 되풀이
박 당선인 측, 자진사퇴 여부 '오락가락'
청와대, "지명철회 불가, 국회서 해결해야"

(서울=뉴스1) 진성훈 김승섭 기자 | 2013-02-06 06:51 송고 | 2013-02-06 06:56 최종수정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왼쪽 두번째)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왼쪽 세번째)이 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제14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2013.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6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자 그동안 자진사퇴를 종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여야 정치권이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뒤늦게 국회 표결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 표결 실현 가능성은 무망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회 표결 추진에 무게를 싣는듯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이 후보자 인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이 후보자 인선에 박 당선인 측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흘리면서 야당 측의 지명철회 요구 등에 대해 자신이 임명권자임에도 불구, '이제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이제와서 청와대에서 손 댈 일이 아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박 당선인 측과 새누리당을 비난만할 뿐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강국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이후 헌재소장 공백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공동책임이 있는 것으로 얘기되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철회나 자진사퇴 요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회가 나서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는 여전히 각각 '국회 표결'과 '자진사퇴'라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 채 장외 공방만 벌이고 있어 결국 여야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사안에 관련된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이 후보자 본인을 제외하면 청와대와 박 당선인측, 새누리당, 야당 등 네 곳이다.

우선 청와대와 박 당선인측은 인선 과정에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에 공동 대응이라도 하듯 "국회가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청와대 측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후보자 문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이 후보자 자신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 국회가 논의해 처리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회가 관련 법절차에 따라 본회의에서 인준 표결을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가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상황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지명은 이 대통령이 했지만 결격 사유가 드러난 상황에서는 이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 후보자 인선이 이 대통령이 아닌,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확인시켜주는 대목일 수 있다.

그런데 박 당선인측 역시 이 대통령 측과 비슷한 기류를 나타내며 국회에 공을 넘기는 분위기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인수위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선에 박 당선인 측이 관여했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역시 책임 문제에 있어서는 형식적 '무관성'을 내세워 '손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상호 협의했던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측이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하자 당초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무산 직후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 불가피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던 새누리당은 아무런 대책없이 급히 방향을 바꿨다.

황우여 대표 등이 나서 공개적으로 국회 표결 처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박 당선인측 의중과 이 후보자 본인의 자진사퇴 거부 기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황 대표는 이날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자진사퇴는) 도리가 아니다"라며 "나로서는 이렇게 (국회 표결)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적격 의견이든 부적격 의견이든 각자의 의견을 표명한 그 내용을 담은 청문결과보고서를 채택할 권한만 있을 뿐이고 본회의에 가져와 국회의원 300명이 무기명 투표하도록 돼 있는 것이 국회법의 절차인데 청문특위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국회 표결은 청문회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일관된 (새누리당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 표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 듯 내심 여전히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눈치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표결' 주장에 대해 "그게 원칙이긴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 후보자가 국회 표결 전 자진사퇴를 거부한 데 대해 "누군가 하라 마라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본인의 생각에 달려 있지 않겠느냐"며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이 겉으로는 국회 표결이라는 원칙을 앞세우며 야당을 비판하고 있지만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여야 접촉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은 점도 이를 뒷받침하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대야(對野) 협상력 부재를 스스로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역시 여당의 표결 처리 주장에 맞서 자진사퇴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한 상태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표결 처리 주장은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일로,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일축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특위 차원의)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은 거부하면서 표결 처리만 주장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처리 의지를 밝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새 정권의 부담을 스스로 키우려는 게 아니라면 후보자를 자진사퇴 시키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무자격자이고 능력이 부족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음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며 "즉각 사퇴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후보자는 자신의 문제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박 당선인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본회의 표결 운운에 대한 입장에 기대어 버티기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기류가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본회의 표결을 거치더라도 찬반 의석 분포 상 임명동의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을 받아들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한다고 하면 바로 응하겠지만 새누리당은 여야가 각자 의견을 달아서 보고서를 올리자고 한다"며 "그러면 다수당이 날치기 처리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응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보고서 채택이 안 된 상태에서 본회의 표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야가 타협점을 찾는 길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까지 인사문제를 직권상정한 사례가 없었고 국회의장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당은 직권상정해서 가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일부러 정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tr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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