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이제 막 여의도와의 '소통의 정치' 시동을 건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하나의 변수를 맞게 됐다.
14일 새누리당내 비주류 대표주자인 김무성 의원이 친박계 좌장으로 알려진 서청원 전 대표를 1만4000여표의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 대표로 선임되면서, 당·정·청 관계에서 박 대통령의 지도력에 의지해온 청와대의 독주체제가 무너지는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선 친박계 핵심의원으로 당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홍문종 의원이 최고의원에서 탈락한 사실 또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반기 다양한 국정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다소 곤혹스런 분위기다.
이날 김 의원의 대표 등극으로 김 대표의 목소리는 커지고, 결국 지금까지의 당·청간 하향식 소통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소통의 정치' 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박 대통령과 국회 차원의 소통이지 특정 정당과의 소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간 회동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소통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갈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회동부터가 박 대통령의 소통정치로 봐야한다며 수차례 언급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간에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 10일 여야 원내 지도부 회동에서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목소리에 비해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발언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또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심(朴心·박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당론을 이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내 비주류 대표주자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 균형관계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해온 김 의원이 대표로 당선되면서,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선 현재 당정청 관계에서 청와대의 독주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는 전당대회 선거기간 동안 "대통령과 여당 당 대표의 회동을 정례화해 주요 현안을 협의하고, 대통령에게 진언하는 역할을 충실히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전대 이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향후 당청관계에 대해 "그동안 당에서 청와대에 말할 것은 했지만 부족하다고 많이들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청관계를 수립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우선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모두 '과반수 붕괴'라는 공통의 우려가 상존해있어 2인3각 형태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8월에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개편안,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등 각종 개혁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는 공통된 현안이 있어 최소한 당분간 밀월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도 과거와 같은 '수직적 소통' 일변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중론이다.
이러한 밀월관계가 끝나고 김 대표 체제가 안정되고 나면 김 대표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 새누리당의 의제설정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당분간 수평적 당·청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설정하는 외교안보·통일·경제·민생 등 국정과제에 여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지도력에만 의존해 온 데 따른 휴유증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어 가면서 정부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이루어야 할 막중한 역할을 부여 받고 있다"면서 민생경제 회복과 국가혁신, 통일준비에 여당이 함께할 것을 강조했다.
이를 놓고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의제를 설정하고 여당이 동참하는 구조로는 진정한 의미의 수평적 당·청 관계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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