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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류의 대항해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4-05-16 07:47 송고
(미지북스).© News1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하지 않았듯 우리가 아는 대항해 시대는 최초의 대항해 시대가 아니다.
'인류의 대항해' 저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15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 시대가 오기 2700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1200년에 라피타인이 카누를 타고 남서태평양에서 뉴기니 동쪽의 오세아니아 원해까지 진출했다며 그전에도 망망대해를 건너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비고 다닌 항해자들의 행렬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고고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페이건은 대항해 시대에 가려진 이 최초의 항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인류의 대항해'에 담았다. 그는 책에서 남태평양, 지중해와 인도양, 북대서양, 북동태평양, 동태평양 등 지역별로 장을 나눠 그 지역 항해자들이 어떤 이유와 어떤 방법으로 지구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연을 정복했는지 그 과정을 그렸다.

그가 고대 항해사들에게서 주목한 첫번째는 항해 방법이다. GPS, 디젤 엔진, 나침반도 없던 시대에 그들은 어떻게 수평선 너머의 섬들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 지구가 네모라고 믿었던 그 시기에 말이다. 페이건이 찾은 답은 그들에게 바다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바다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최초의 뱃사람들은 오늘날 우리보다 바다와 훨씬 더 가까웠다"며 "바다와 인류 사이에 기술이 한겹씩 늘어날 때마다 인류는 그만큼 바다로부터 멀어졌고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경험을 잃고 무지해졌다"고 말한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기술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자연과 멀어졌지만 기술이 없던 당시 사람들은 자연을 오히려 가깝고 친근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매일 매 순간 흙과 바람, 바다, 곤충, 나무와 함께 생활하는 고대인들은 자연을 잘 알았고 이용할 줄 알았다. 불을 피우기 위해 물질, 산소, 열이 필요하다는 이런 죽은 지식이 아니라 그들은 실제로 나무로 불을 피우고 바닷물을 물로 만들어 마실 줄 알았다. 독풀과 식용식물을 구분할 줄 알았고 날아가는 새를 맞출 수 있었다. 그러니 그들에게 바다는 어둠과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친숙한 삶의 일부였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항해는 일상생활이었을 것이다.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수심과 조수의 흐름을 파악하고 물길을 탐사해 항해를 떠나는 것이 위험하기는 해도 자연스럽다. 당시 항해사들은 노와 돛도 달리지 않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들은 별을 보고 방위와 위도를 측정했다. 오랜 시간 터득한 경험으로 풍향을 측정했다.

이렇게 경험으로 터득한 지식으로 기원전 10세기 안데스인은 발사 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수천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마야 문명과 왕래했다. 11~13세기 폴리네시아인은 카누를 타고 나침반 없이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를 건넜다. 인도양에서는 몬순 계절풍을 이용해 홍해와 아라비아까지 진출했다.

이외에도 페이건은 항해사들이 왜 바다를 건너야 했는지, 그들의 기술력이 어떠했는지 묘사하며 한편의 방대한 항해사를 완성한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미지북스. 2만4000원. 520쪽.


letit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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