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과 그 전후 상황 전반에 대한 사과 입장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이 흐트러진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벌써 한 달의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51.6%) 수준 이하로까지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민심 이반'이 점차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 업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이틀 간 실시한 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700명, 유선·휴대전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응답률 20.3%)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질문에 '신뢰가 간다'고 한 응답은 37.4%,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62.5%로 집계됐다.
또 같은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관해 질문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46.4%, '못하고 있다'가 53.4%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다른 여론조사 전문 업체인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5월 첫째 주 주간 정례 조사 결과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율과 부정 평가율이 각각 46%와 41%(이상 갤럽), 51.8%와 41.2%(리얼미터)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수치상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한겨레 조사에서 부정 평가율이 긍정 평가율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은 이전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긍정 평가율과 부정 평가율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높은가 하는 것도 사실 여론조사 문항 설계의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그러나 추세적으로 볼 때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아 기업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경기 활성화와 더불어 그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국정과제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할 계획이었다.
연초 해외 순방과 '규제개혁' 드라이브 등의 영향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온 것도 그 배경이 됐다.
때문에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높아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당장 세월호 참사 수습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국정의 다른 영역들은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초동대처와 이후 수습 과정에서 정부 당국 간 혼선이 연거푸 불거진 데다,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청와대의 '책임 회피'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악화된 대(對)정부 여론이 잇단 지지율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단 세월호 참사와 그 전후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에 대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거듭 사과 입장을 밝히고, 또 국가 재난대응 및 관리 체계의 일신(一新)과 공직사회에 대한 고강도 개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는 구상.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담화엔 사과 입장뿐만 아니라,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대책들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란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책임자 엄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 공직사회 개혁 등을 강조했었지만, "정작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 본인은 사과나 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비판 여론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해야 (희생자 가족들의)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이 또한 '간접 사과', '뒷북 사과'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때문에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담화 형식의 추가 사과에 나서기로 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잘못된 상황 판단이 거듭 실기(失機)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다른 여권 관계자는 "참사 발생 이후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 이뤄지는 이번 담화는 내용상 사과보다는 후속 대책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아무리 강도 높은 개혁 조치가 이번 담화에 들어간다고 해도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