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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세 풍미한 요정 오진암, 전통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향락의 상징'에서 '주민의 공간' 복원
서울 종로구 무계원 성황리에 개원식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2014-03-20 20:59 송고 | 2014-03-20 23:24 최종수정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전통문화공간 '무계원(武溪園)' 개원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풍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청운각·대원각·삼청각과 함께 일세를 풍미했던 요정 '오진암'이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구가 전통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중구 필동에 위치한 '한국의 집' 등이 전통문화공간으로 꼽히지만 이도 외국인, 공연 위주의 공간인 것을 감안하면 무계원은 더 특이한 셈이죠."

평소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있어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 무계원을 방문했다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의 김담비(32)씨는 무계원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해줬다.
극동대학교 교수이자 정각예술가인 정고암(68)씨 역시 "무계원은 참 재밌는 공간"이라며 “요정에서 선방으로 거듭난 길상사처럼 향락의 상징이었던 무계원 역시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전통문화공간 '무계원(武溪園)' 개원식이 열리고 있다. 2014.3.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종로구는 오진암 건물을 이축·복원한 무계원이 최근 완성됐다며 개원식을 알렸다. 관광호텔 신축으로 헐릴 상황에 처한 오진암의 기와, 서까래, 기둥 등을 옮겨오는 2년여 간의 작업이 완료됐다는 것이었다.

구는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공간을 찾고 있었기에 세종조의 문화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안평대군이 즐겨 찾았던 무계정사지와 가까운 곳에 복원지역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무계원은 앞으로 전통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1654㎡의 땅이 안채(84㎡), 행랑채(87㎡), 사랑채(127㎡)로 꾸며져 다도·공예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날 개원식을 마친 후에 무계원에서는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이성무 한국역사문화 연구원 원장은 '세종시대의 정치와 외교'란 주제로 강의했다.

이 원장은 "사실 세종은 독재자"였다며 "유교국가에서 불당을 지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얼마나 과감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대하는 세력을 잡아 가둔 후 못 이기는 척 풀어주기도 했다"며 실제 세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전통문화공간 '무계원(武溪園)' 개원을 기념해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뉴스1

이날 강좌를 들은 종로구민 정옥임(55)씨는 "이 공간에 원래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안견기념사업회와 함께 '주차장 반대운동'을 벌였다"며 "김영종 종로구청장님을 포함한 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전통문화공간이 들어서 좋다"고 감회를 밝혔다.

무계정사지는 화가 안견과도 인연이 깊다. 안평대군이 무계정사지에서 잠을 자다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보았고 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 불후의 대작 몽유도원도가 탄생하게 됐다고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식 서울 안견기념사업회 회장은 "부암동 주민들과 함께 5회에 걸쳐 무계정사지 복원을 위한 행사를 했다"며 "주민과 관이 힘을 모아 전통문화공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역시 "무계원을 통해 격조 높은 인문학을 되돌아보고 한국 회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전문화 된 교육을 제공하겠다"며 "시민이 보다 더 많이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wit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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