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일류국가론'을 언급해 발언의 배경과 진의(眞意)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일류국가론'은 올해 마지막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일류국가 또는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러나 일류와 일등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등은 경쟁에서 남을 이겨서 순위에서 최고가 되는 거지만 일류는 최고의 품격과 질을 갖추는 것이다"면서 "아무리 일등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지 못하고 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와 이익에 맞는 길을 가지 않으면 결코 일류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등보다 일류가 되는 게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의 이익보다 나의 이익만을 관철하려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일류 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회가 이런 잘못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코 일류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 이르기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국내 최대 현안인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노조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하고 일류국가로 가기 위해선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 인류사회의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나라가 아무리 경제력이 크고 부강하다 하더라도 결코 일류국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새해엔 국내적으로 공동체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자제되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과거사의 상처를 헤집어서 국가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감정을 악화시키는 행동도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특정하진 않았지만 이 발언의 타깃은 최근 세계 2차 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라는데 이견이 없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또 다른 갈등과 파열음을 촉발시킬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지난 26일 청와대는 자체 논평을 내지 않는 대신 정부 대변인인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로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일류국가론'이 이처럼 철도노조 파업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일류국가' 언급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도 해석한다.
올해 2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국가비전과 국정목표를 발표하면서 국민행복과 국가 발전이 선순환하는 사회, 새로운 한반도 시대, 지구촌 행복 시대에 기여하는 모범국가로 발전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다.
5대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통일시대 구축은 새 정부의 시대적 소명을 구현하는 과정이자 지향점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하는 일류국가라는 것이 지구촌 행복 시대에 기여하는 모범국가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국내 또는 외교 현안에 대한 언급만은 아닌 것 같다"며 "취임 첫 해를 마무리하면서 인수위 시절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을 발표할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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