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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업계 "돈 더 달라" vs 서울시 "남은 돈 내놔"

버스준공영제 10년 눈 앞…시-버스업계 소송전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3-12-03 21:59 송고

서울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지급한 보험료뿐 아니라 인건비 등 기타 지원금 미사용분도 돌려받을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서울시내 46개 버스업체의 미사용 보험금 환수에 대한 행정법원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인건비와 정비관리비 등 다른 지원금의 미사용분도 돌려받겠다"고 밝혔다.
'시민 혈세로 업체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버스준공영제로 골머리를 앓던 시가 미사용 지원금 환수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지난 9년간 매년 약 2000억원을 버스업계에 지원해준 서울시는 최근 버스업계와 소송에 휘말리며 갈등을 빚고 있다.

시는 이달 초 46개 버스업체에 2009~2011년도 미사용 보험금 총 253억원을 환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고, 회사들은 이에 반발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가 지난 9년간 문제삼지 않던 미사용보험금을 환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버스업체 측이 통상임금 지급분 60억원을 돌려달라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낸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회사 사정에 따라 보험료 사용금액이 천차만별이지만, 시는 차별없이 일괄지급해왔다. 보험료 항목으로 지급되는 시 지원금이 남더라도 업체가 알아서 사용해왔으며, 시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시는 버스 운영에 들어가는 운송원가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에 따라 지난 9년간 총 1조8195억원을 버스업계에 보전해줬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조합원에게 지급한 근속수당과 교통비 등 60억원까지 시에 보전을 요구하자, 시도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에 따르면 버스 회사에 지급됐던 보험료 지원금 가운데 남은 금액은 2009년 95억원, 2010년 106억원, 2011년 52억원 등 253억원이다.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은 지난해와 올해 보험료 지원금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버스준공영제는 버스회사와 시의 협조가 전제된 약속인데 업체 쪽에서 먼저 60억 구상금 청구 등 일방적 요구를 해왔다"며 "행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환수 가능여부가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시의 환수방침이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이라는 점이다.

남재경 서울시의회 의원(새누리·종로1)은 "시민혈세로 퍼준 지원금이 지난 9년간 방치됐단 사실을 서울시 스스로 고백한 꼴"이라며 "버스업계의 방만한 경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서울시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는 소송과는 별개로 버스업체에 지급하고 있는 보험료 등 지원금을 엄격히 따지고 관련 규정을 정비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버스준공영제 도입 10년이 되는 내년 1월 '시내버스 혁신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준공영제를 손볼 예정이다. 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재정 부담 증가와 구조적 문제로 현재의 준공영제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용역 결과에 따라 완전공영제부터 민영제까지 수도 서울의 교통정책에 합당한 버스체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처음 도입된 버스준공영제는 시가 시내버스의 노선 조정 권한 등을 갖는 대신 버스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준다.

이에 따라 2004년 816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2654억원 등 9년간 1조8195억원을 버스업계에 보전해줬다.

준공영제에 대해선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높였다는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업계의 비효율적인 경영실태와 관리감독 부실이 맞물려 사업주의 배만 불리고, 혈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렸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6~9월 서울시가 준공영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실시한 자체 감사에선 보조금 착복, 관리비 부풀리기 등이 대거 적발됐고, 버스기사 채용비리 사건도 빈번히 터져나오고 있다.

수천억 적자에도 불구하고 업체 대표가 억대 고액연봉을 수령하고, 버스안전을 책임지는 정비직 근로자 고용을 축소하는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상태다.

시는 지난달 20일 기사채용 비리 척결 등 버스준공영제 개선방침을 발표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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