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심상정의 고뇌…그에 대한 기대

본문 이미지 -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창립 15주년 기념 후원의 날'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3.9.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창립 15주년 기념 후원의 날'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3.9.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심 원내대표에게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 원내대표는 '이석기 세력'으로 통칭되는 현재의 통진당과 두 차례나 한 지붕 아래에 있었던 터다. 이로 인해 심 원내대표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이석기 국회 입성 원죄론'으로 공세를 당하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일 "심 원내대표는 후일 다시 분당하긴 했지만 지난해 총선 당시 통진당과 합당함으로써 이석기 그룹이 국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마중물이 돼줬다"며 "더구나 심 원내대표는 통진당 종북파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심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심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몸담았고 있던 2008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당 혁신을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었다.

일심회 사건은 당시 총책이었던 장민호 등이 각종 국내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사건으로, 당시 민노당 최기영 사무부총장은 주요 현안에 대한 당내 계파별 성향과 동향을 분석한 자료를 북한 공작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시 민노당은 2008년2월 임시 당대회를 갖고 최 사무부총장에 대한 제명안이 포함돼 있는 당 혁신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NL(민족해방)'계에 의해 부결됐다. 결국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노회찬 조승수 전 의원 등은 민노당의 당권파인 ‘NL계’의 종북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다 지난 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진보신당내 '합당파'는 이정희 대표가 이끌던 민노당은 물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심이 된 국민참여당과 합당, 통합진보당에 한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총선 직후 불거진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으로 심 원내대표 등 진보신당계와 유 전 장관 등 참여당계가 떨어져 나와 지금의 정의당(前 진보정의당)을 만들었다.

이런 합종연횡의 과정을 거친 탓에 이번 이 의원 사태가 불거지자 통진당으로의 합당 당시 NL계의 종북주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이해에 급급해 ‘종북 문제’를 묻어두고 지나간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도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이 불거진 뒤 지난 해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합당 전에 당권파가 이정희 대표를 내세우는 걸 보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합당해 보니 실제로 이 대표를 떠받치고 있었던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당권파의) 정파적 구조였다"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었음을 사실상 자인한 바 있다.

그래선지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심 원내대표의 발목을 붙드는 족쇄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있어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심 원내대표의 고뇌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의 패착을 딛고 심 원내대표가 진보 진영의 '환부'로 인식되고 있는 '종북주의'와 '종북 세력'을 도려내는 칼을 휘둘러 주길 바라는 정치권의 기대가 적지 않다. 하태경 의원의 주장처럼 심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진보 진영을 좀먹는 종북 세력의 실체를 잘 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 원내대표의 발언은 진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이 의원에게) 제기되는 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하였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존재하는 공당이고 그 소속원이라면 이번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혐의를 입증할 책임이 국정원에 있다'는 통진당의 주장에 대해선 "사법적으로는 옳으나 정치적으로는 무책임한 말"이라면서 "국민으로부터 헌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은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과 의구심을 풀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3일에도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주의 기본원칙과 국민의 보편상식에 입각해 당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들을 보면, 과거 낡은 프레임의 진보와 편협한 지지 세력에만 머물지 않고 대중들의 눈높이와 여론에 맞는 진보 정당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심 원내대표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기대가 그에겐 큰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성직자처럼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심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끈질기게 붙어있는 '종북 꼬리표'로 인해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린 진보 진영에 냉철한 이성과 미래비전을 가진 새 선장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그가 진보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과거처럼 정치적 이해에만 함몰되는 데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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