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백악관이 추방당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조롱하는 듯한 영상과 문구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백악관은 6일 오전 유튜브 등 SNS 계정에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헤이, 굿바이(Na na na na, na na na na, hey hey, goodbye)"라는 글과 함께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33초 길이의 이 영상에는 미 관세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뒷짐을 지고 일렬로 서 있는 남성들을 인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등장하는 것으로 봤을 때 이 남성들은 추방 조치가 집행되고 있는 불법 이민자로 추정된다.
배경음악으로는 밴드 스팀이 1969년 발표한 '나나 헤이헤이 키스 힘 굿바이' 중 경쾌한 후렴구가 흘러나온다. 이 곡은 야구 경기에서 퇴장 당하는 상대 팀 선수를 조롱할 때 관중들이 부르는 노래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당시에도 앨 그린 민주당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하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영상은 SNS상에 일파만파 퍼지며 갈등을 유발했다. 불법 이민에 강경한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로서 의지를 드러내는 법 집행이라고는 해도 이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룬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법 이민자들을 비인간화하는 게시물을 올리지 말라" "백악관 공식 계정이 밈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희화화할 게 따로 있다. 비인간적이다"라는 비판 게시물이 속속 올라왔다. 한 사용자는 "트럼프가 탄핵당하면 이 노래를 불러야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불법 체류는 범죄" "트럼프를 찍은 건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한다는 공약 때문이었다"라고 주장하는 옹호성 게시물도 적지 않았다.
한편 백악관이 이 같은 영상으로 비판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백악관은 한 남성이 사슬에 묶인 채 추방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 1998년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세미소닉의 '클로징 타임'을 배경 음악으로 넣어 빈축을 샀다.
밴드 세미소닉 측은 백악관이 이 노래를 사용한 것을 비판하며 "우린 결코 (곡 사용을) 요청받지 않았고 곡의 의미가 완전히 잘못 해석됐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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