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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엔저로 일본인 관광객 '뚝'...명동상가 '개점휴업'

(서울=뉴스1) 류종은, 김수완 기자 | 2013-01-30 23:00 송고
엔저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29일 명동 상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30만명을 넘겼던 일본인 관광객 수가 원·엔 환율이 하락과 독도문제 등 한.일 관계 경색으로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12월엔 22만여명으로 줄어 동기 대비 24%가량 감소했다. © News1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지하상가. 평소 북적이던 쇼핑객들은 온데간데 없고 한산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상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일본인 상대로 가방이 잘 팔리는 동네라서 누가 2월에 가방 가게를 내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요새 일본인 관광객이 뚝 끊겨 장사가 안되니까 입점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고 알려줬다.
이 상인은 "소공동은 상가가 올스톱됐다"며 "작년 12월까지는 연말이라 장사가 잘됐는데 올 1월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고 덧붙였다.

최근 명동 일대 상가들이 엔저현상으로 직격타를 입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명동과 소공동 일대 상가는 찬바람만 불었다. 쇼핑객의 절반이 일본인이었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하나같이 울상을 짓고 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평소 세일 때는 매대에 물건을 채울 시간도 없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손님의 70~80%는 일본인이었는데 지금은 열명 가운데 세명 남짓 되려나"라며 답답해 했다. 이 직원은 이어 "아직 정산을 안해봤지만 매출도 많이 떨어졌을 것같다"고 덧붙였다.
엔화 환전을 하는 관광객들도 크게 줄었다. 우리은행 명동지점의 한 은행원은 "환전을 하러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확 줄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좀 늘었나 싶어도 원래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얼마 안돼 전체적으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전날 19원이나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1원이 빠지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한 지난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외국인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은 외환딜러들조차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동폭이라고 말했다. 2013.1.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실제로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에 따르면 올 1월들어 일본인 입국자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 관계자는 "1월 한달간 일본 국적 입국자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에 비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입국한 일본인은 22만7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올 1월 국내 입국한 일본인은 18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사실 일본인 입국자수는 지난해 중반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갈등이 빚어진 이후 매월 10% 가량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올해부터 감소폭은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일본인 입국자수가 줄면서 한일 항공노선 승객도 크게 줄어들어 항공사들도 울상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1월 대한항공의 일본발 한국행 노선 승객수는 15만2758명으로 전월대비 약 1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68%에 달했던 예약률도 63%로 떨어졌다.

호텔들도 매출이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의 경우 전체 외국인 투숙객 중 30%를 차지하던 일본인 비율이 최근 20%까지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도 외국인 고객 중 일본인이 50%에 달해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롯데호텔은 자구책으로 일본 동경, 오사카, 후쿠오카에 있는 사무소를 중심으로 일본내 판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소공동 일대 상가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한류스타 관련 상품 판매 매장들이었다. 한 명동 지하상가 상인은 손님이 줄지 않았냐는 기자의 말에 "죽겠다"며 하소연부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나 좀 있을까, 그런데 그 사람들은 물건을 잘 안산다"며 "이 정도 지경이면 정부에서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복받친 심경을 털어놓았다.

손님이 줄기는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김치나 김을 판매하고 있는 지하 식품매장 손님들이 가장 많이 줄었다고 한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 매장 직원은 "김이나 김치를 묶음으로 구매하는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드물다"며 "얼마나 줄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전에 비해 팔리는 양이 줄어든 것은 맞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에게 일본어로 된 전단지를 나눠주는 청년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예전엔 이맘때쯤 명동은 사람 때문에 지나다니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텅텅 비었다"며 "그땐 지나가는 사람이 전부 일본인이라서 아무나 붙잡으면 됐는데 이제 일본인 한 사람이라도 보이면 붙잡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이 줄어 중국인과 동남아시아 사람에게도 나눠줘야 할 텐데 중국어나 동남아시아 말을 못해서 큰일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이날 자신을 '닛짱'이라고 밝힌 30대 일본인 남성은 "한국에 살고 있는데 요즘 씀씀이가 줄었다"며 "오늘도 (명동에) 놀러 나왔지만 지갑 사정을 생각하면 뭘 사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구가 한국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못오고 있다"며 "엔저가 (일본) 경제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rje312@news1.kr, abilityk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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