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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보급 불상도난]전문절도단, 한·일 문화재 관리 허점 파고들어(종합)

-일본 후쿠오카항 검색 허술, 국내 반입 정책 훤히 꿰
-총책, 자금·절도·운반·판매책 역할 세분 치밀한 계획

(대전=뉴스1) 임정환 기자 | 2013-01-29 09:36 송고
29일 대전지방경찰청 브리핑실에서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를 훔친 문화재 전문절도단 검거 브리핑이 열린 가운데 문화재청 관계자가 압수한 불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News1

일본에서 도난된 국보급 불상이 회수돼 다음 주 중 일본 문화재 담당자가 국내에 입국, 진위를 확인할 예정인 가운데 문화재 전문절도단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재 관리 허점을 정확히 짚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단은 총책이 자금책, 절도책, 운반책, 판매책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해당 불상이 국내에서도 드문 8세기 수작으로 국보 제182호 금동여래입상보다도 제작 시기가 앞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이 소장 경위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만큼 일본으로 반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본 원정 문화재 전문절도단 5명 검거 4명 뒤쫓아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초 일본에서 도난당한 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 ‘동조여래입상’과 일본 현 지정유형문화재 ‘관세음보살좌상’ 각 1점을 훔친 국내 문화재 전문절도단 일부를 붙잡았다고 29일 공식 발표했다.

절도단은 총책 A씨(69)를 비롯해 총 9명으로 경찰은 5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나머지 절도책 3명과 판매책 1명을 같은 혐의로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일본에 고가 문화재를 훔쳐 판매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 초순 자금책 B씨(51)와 절도책 C(50), D(60), E씨(65)와 공모한 뒤 범행현장을 답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 A씨와 절도책 3명은 10월 6일 하루에만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대마도)의 미네정, 도요타마정, 이즈하라정 신사를 돌며 각각 동조여래입상과 관세음보살좌상, 대장경(경본) 등 3점의 문화재를 훔치는 신속함을 보였다.

이들은 대장경의 경우 이즈하라정 신사의 지붕 기와를 들어내고 침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문화재 국내 반입 후 판매책을 통해 적당한 구매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문화재 절도 정황이 잡혔다”며 “훔친 대장경은 범행 직후 신사 주변 야산에 버렸다고 진술해 이 부분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본 문화재 관리 허점 교묘히 이용

이들 절도단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재 관리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문화재를 훔친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7일 문화재를 국내에 곧바로 반입하지 않고 문화재를 쓰시마시에서 후쿠오카항으로 운반한 뒤 다시 부산항으로 옮겨왔다.

이 과정에서 쓰시마시에서 후쿠오카항으로는 운반책 F씨(42)가, 후쿠오카항에서 부산항으로는 운반책 G씨(60)가 각각 나누어 운반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밀항 대신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을 타고 문화재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국내로 정상적인 반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대담한 범행은 이들 전문절도단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재 반출·반입 경로를 정확히 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이들은 여객선으로 부산까지 2시간 반이면 올 수 있는 쓰시마시 대신 6시간이 걸리는 후쿠오카항을 반출 장소로 결정했다.

후쿠오카항에는 문화재 반출을 검색하는 엑스-레이 검색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검색의 허술함은 불상 분야 전문 도굴업자인 운반책 G씨 등이 일본을 오가면서 알게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검색대를 통과하지도 않고 문화재를 유유히 빼낸 운반책은 부산항에서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국내 문화재 관리 정책이 반출과 달리 반입은 사실상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허종행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국내 문화재 반입 정책은 관세를 부과하는 기준만 있을 뿐 사실상 반입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훔친 문화재가 아니라 해도 세금만 정상적으로 내면 국내 반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반장은 “당시 부산항 문화재감정관실 근무자는 불상 전공이 아니었으며 녹이 슬고 불상 지지대도 없는 점 등을 들어 제작된 지 100년이 안 된 위작으로 판단했다”며 “반출의 경우였다면 복수 감정을 통해 정밀감정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재청에서 국보급으로 판단한 문화재를 정작 일선 반입·반출 현장에서는 위작으로 판명한 오류에 대해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법 반출 확인 안 되면 일본에 반환해야

경찰이 압수한 문화재는 다음 달 4일 일본 문화재청 미술학예부 문화재전문가가 입국하는 대로 진위가 판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여러 정황상 압수 문화재가 진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동조여래입상은 국내에서도 드문 통일신라 시대(8세기) 수작으로 국보 제182호 금동여래입상보다도 제작 시기가 앞선 것으로 여겨진다.

현지정문화재인 관세음보살좌상도 발견 당시 불상 내에서 확인된 결연문에 ‘고려국 서주 부석사’란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불상이 애초 충남 서산군에 있던 부석사에 안치됐던 것으로 여겨지는 등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들 문화재가 국내에 남겨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문화재가 불법적으로 일본에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일본이 소장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어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일본 대사를 통해 외교부에 협조공문이 접수된 만큼 사건이 마무리되면 외교 채널을 통해 반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ru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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