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기자의 눈] 에스엠쇼크 이면에 숨겨진 증권사의 과대포장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2-11-16 09:51 송고 | 2012-11-16 12:53 최종수정
© News1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한류열풍을 이끌며 증권가의 환호와 찬사를 한몸에 받았 SM엔터테인먼트가 이제는 코스닥 폭락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비난은 SM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증권사로 향하고 있다. 왜 그럴까.

SM엔터네인먼트는 내놓는 프로젝트마다 아시아를 포함한 북미, 나아가 유럽에서까지 성공을 거두는 회사다. 한국 엔터산업계로서는 생소한 시장이던 프랑스에서도 대규모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투자가로서는 환호할 일만 가득했던 SM엔터테인먼트였다.

이처럼 화려한 SM엔터테인먼트도 주식시장에서 '에스엠'이라는 상장명으로 불릴 때는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라는 안전판을 거치게 된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속한 애널리스트들은 상장업체들을 직접 방문하고 자료를 받아 해당 회사에 대한 향후 전망을 내놓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최근까지 리서치에서 내놓은 에스엠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높은 성장성', '이익 개선 뚜렷', '한류의 중심', '글로벌 음악 기업' 등 말만 들어도 HTS의 매수버튼을 누르고 싶어지게 만드는 문구들로 가득찼다.

낙관론으로 무장한 리서치센터들은 연일 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IR(기업설명)행사를 개최하며 "한류가 코스닥의 기둥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부추겼다. 증권가에서 에스엠이 비상(飛上)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던 상황이다.

기관과 개인들의 매수에 에스엠의 주가도 연일 상승했다. 리서치센터와 투자가 모두 윈-윈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에스엠의 실적이 발표됐다. 3분기 영업이익 117억. 그동안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내놓은 예상치 평균치인 200억원의 절반가량이다.

반전(反轉). 그뒤 엑소더스(Exodus·대탈주)가 시작됐다.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기관투자가들이다. 기관의 집중매도가 시작되면서 에스엠은 단 3일만에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6000억원 가까운 시가총액을 잃었다.

사실 에스엠은 억울하다. 에스엠의 실적은 사실 전년보다 69%나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비난이 에스엠이 아니라 리서치센터를 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과장된 평가를 남발해 투자자만 잔뜩 끌어 모아 거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각 리서치센터들은 에스엠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제 에스엠뿐만 아니라 엔터산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 장세가 펼쳐지면서 코스닥 지수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연예인 얼굴보러 간다며 서류대신 카메라를 들고 에스엠을 들락거릴 때부터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줄 알았다"며 "모두 증권사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리서치를 원망하는 사람들의 하소연 중에서는 한 투자증권에 대한 원망이 심심치않게 섞여있다. 이 회사는 에스엠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적은 없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이 회사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상장회사의 대표가 증권사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것은 호평으로 가득한 보고서가 나오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기 때문에 에스엠의 거품에 이 투자증권이 일조한 역할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수만 대표는 이 회사의 광고모델로 기용될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 대표가 과거 주식과 관련된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서울지검 강력부가 SM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 과정에서 회삿돈 11억5000만원을 빼돌려 자사 주식을 구입,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해외로 도피했다.

도피과정 중 미국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중의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결국 1년만에 귀국해 구속됐다.

지난 2004년 9월 재판 결과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그 뒤 2007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솜방망이'라는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주식과 관련된 전과가 있는 인물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회사측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다.

당시 이 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수만 대표의 관련 비위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오래전 사면을 받았으며 한류의 유럽열풍을 이끌어낸 사실에 주목해 기업 이미지광고에만 9월까지 한시적으로 노출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노출될 것이라는 해명과 달리 이 회사는 올해에도 이 대표를 모델로 한 TV광고를 론칭했다.

이수만대표는 광고에서 "국민의 내일에 투자한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TV에 속 이 대표의 얼굴을 보며 땅을 치는 투자자앞에서 이 투자증권회사가 어떤 내일을 약속해 줄지 의문이 든다.


khc@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