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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으로 승차하고 앞문에 끼고…승강장은 '아수라장'

[광역버스 입석금지 첫날]일부시민들 "똑바로 하라" 공무원에 분통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4-07-16 02:06 송고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인 16일 오전 7시15분쯤 광역버스의 기사가 정원이 초과됐다고 안내하자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 News1

"거, 아줌마, 왜 뒤로타고 그래요! 얼른 나가세요."
"자리없어요. 카드 찍었다고요? 환승해야지 별수있나."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인 16일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성남시 분당구 일대 버스정류장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시민들의 얼굴엔 다급하고 분한 마음이 가득 비쳤다. 한 시민은 승차를 못하게 하는 기사에게 언성을 높였고 다른 시민은 만차된 버스에 다급히 오르다 문에 어깨가 끼기도 했다.

광역버스 운전기사 A씨는 "오늘부터 정원이 초과하면 정류장에 서지도 않고 지나갈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지 승객들 사정을 봐주기 시작하면 나중에 골치아프다"고 토로했다.
◇종점에서 먼 효자촌-낙생육교 구간 승객들 '발만 동동'
"마음은 급한데 좌석이 다 찼다고 서지도 않고 지나가버리는 거에요. 오늘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어서 20분 일찍 나왔는데 이미 늦었어요."

매일 성남시 분당구 효자촌 정류장에서 종로로 출퇴근하는 B씨는 오늘부터 입석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고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하지만 타야하는 버스가 4~5대나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자 그녀는 길을 건너 택시를 잡아탔다. 다섯정거장 전인 정든마을·우성아파트에 가면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날 오전 7시 '한솔마을·LG아파트' 정류장의 시민들은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간혹 한두대가 만차 상태로 지나가긴 했지만 그만큼 배차간격이 줄어들어 5분 이상 기다리는 승객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후 '샛별마을·우방아파트'~'낙생육교' 구간에는 정차하지 않는 만차 버스가 많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오전 7시15분쯤부터 버스 대부분이 만차로 통과한 '효자촌' 정류장에서 시민들은 먼저 승차하기 위해 정류장 앞뒤로 30m 정도를 뛰어다녔다. 버스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문이 열리자마자 손가락을 펴 보이며 빈좌석 수를 알렸다.

시민들은 시계를 바라보며 발을 굴렀지만 모니터링을 위해 나온 일선 공무원들은 조용히 만차유무·남은 좌석·대기 승객 수 등을 체크할뿐이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입석 금지가 원칙"이라면서 "나는 모니터링을 위해 이곳에 나와있는 것이지 조율을 하기위해 와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계가 7시30분을 가리킬 쯤 시민들의 얼굴에는 출근시간에 대한 근심과 '입석 금지' 졸속 시행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찼다. 한 시민은 "일처리 좀 똑바로 하라"며 모니터링 공무원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한 시민은 "국토부 XXX"라며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출근길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모니터링 등을 위해 나와있던 경기고속과 대원고속 등 일부 버스회사 직원들은 융통성을 발휘해 시민들의 입석을 허용했다. 버스회사 직원이 기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시민들에게 안내를 하자 다음 버스는 언제 오나 도로 멀리를 쳐다보고 있던 승객 15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탔다.

한 경기도 공무원은 "오늘은 계도기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입석을 허용시키라고 어제 연락을 받았다"면서 "현재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입석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분 기다리는 일도…교통대란은 없었지만 구간별 대책 마련돼야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인 16일 한 버스 기사가 만차 안내 표지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 News1
판교 나들목으로 진입하는 '낙생육교'정류장은 7시가 되기도 전부터 만차 상태로 지나치는 버스가 많았다. 버스 안내 전광판과 시계를 번갈아보던 일부 시민들은 인근 판교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광화문으로 가기 위해 20분 넘게 버스를 기다렸다는 C씨는 "나야 자영업자라 괜찮지만 회사다니는 다른 사람들은 아침부터 성질꽤나 났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안전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일을 너무 대충 진행시키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7시50분 낙생육교를 출발한 한 광역버스는 8시12분 한남대교 북단을 지났고 8시38분쯤 을지로 입구에 도착했다.

한 광역버스 기사는 "다행히 평소보다 더 정체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효자촌이나 서현중학교 등 종점에서 멀면서도 광역 버스가 많지 않은 정류장의 시민들이 많이 골치 아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중학교 정류장에서 승차했다는 한 시민은 "광역버스가 많이 다니는 판교와는 달리 이곳은 탈수 있는 버스가 제한적"이라면서 "배차 간격도 생각만큼 짧지 않고 대부분이 만차 상태로 서지도 않아 평소 5분이면 타는 것을 25분이나 기달렸다"고 말했다.

3년 넘게 버스기사 D씨는 "출근길은 시내도 많이 밀리기 때문에 차고지에서 배차간격을 정해 내보낼 것이 아니라 일단 한꺼번에 내보낸 뒤 버스 기사들이 알아서 배차간격을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서현역 등 중간에 위치한 정류장에는 빈 버스를 따로 투입시켜 시민들의 불편을 맊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인 16일 광역버스 증차를 위해 충원된 전세버스 기사들이 버스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 News1


doso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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