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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카시야스 지고 오초아 뜨고…GK 왕좌 구도 재편?

기존 유명세 떨치던 골키퍼들 의외로 부진…'새 얼굴' 다수 등장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4-06-24 06:48 송고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 AFP BBNews=News1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또 하나의 볼 거리는 바로 '골키퍼 세대교체'다.
이번 대회에서는 36경기가 치러진 2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까지 총 108골이 터졌다. 경기당 정확히 3골이 터지며 32개국이 참가하기 시작한 1998 프랑스 월드컵 이래 최대 '골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 팀의 골키퍼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신들린 듯한 '선방쇼'를 벌이며 팀을 구원해내는 골키퍼가 있는가 하면, 어이없는 실수로 팀을 수렁에 빠뜨리는 선수도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명성있는 골키퍼들의 활약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골키퍼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축구의 골키퍼 왕좌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지는 별'의 대표주자는 역시 스페인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33)다. 카시야스는 지난 10년 간 스페인 골문을 굳게 지켜온 철벽 수문장이었다.
2008년 유로대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유로대회까지 스페인이 3연속 메이저대회 석권을 하는데 있어 카시야스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남아공 월드컵 '야신상'의 주인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카시야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 14일 조별리그 1차전 네덜란드전에서 어처구니없는 볼 트래핑 미스 등으로 무려 5골을 내줬다. 5실점은 카시야스가 유로 2008,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등 세 차례의 대회를 치르면서 18경기동안 내준 실점과 같은 수치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카시야스는 19일 칠레전에서도 2실점하며 팀의 16강 탈락 수모를 함께 해야했다. 24일 호주전에서는 실점이 없었지만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카시야스의 자존심을 세우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제 2의 야신'으로 불리던 이고르 아킨페예프(28·러시아)도 굴욕을 맛봤다.

아킨페예프는 지난 18일 한국과의 H조 1차전 경기에서 후반 23분 어이없는 실수를 하며 실점을 내줬다. 이근호의 중거리 슈팅은 강하긴 했지만 아킨페예프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러나 아킨페예프는 공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뒤로 빠뜨리며 실점했다. 실점 직후 아킨페예프는 얼굴을 감싸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킨페예프는 벨기에와의 2차전 경기에서는 양호한 활약을 펼쳤지만, 경기 막판 끝내 골을 허용하며 결국 0-1 패배를 당했다.

앞선 두 명의 골키퍼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카시야스와 오랫동안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이탈리아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36)도 이번 대회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부폰은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이탈리아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각광받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부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훈련 중 무릎 부상을 당하며 잉글랜드와의 D조 1차전에 결장한 부폰은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복귀했다.

부폰은 경기 초반 코스타리카의 공세를 막아내며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지만 전반 막판 브라이언 루이스에게 헤딩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득점에 이르는 과정이 워낙 완벽했기에 부폰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지만 이 골이 결승골이 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탈리아는 주전 골키퍼가 돌아온 경기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며 마지막 경기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멕시코 골키퍼 오초아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몸을 던져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 AFP BBNews=News1

한편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골키퍼들도 있다. 멕시코의 주전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29)가 대표적이다.

오초아는 지난 18일 '최강' 브라질과의 A조 2차전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브라질은 경기 내내 파상 공세를 폈지만 오초아의 신들린 듯한 선방쇼에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초아는 이 경기가 끝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MOM: Man Of the Match)에 뽑혔다.

이전 경기인 14일 카메룬전, 최종전이었던 24일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선방을 이어간 오초아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내주며 멕시코의 16강 진출에 톡톡히 공을 세웠다.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으로 주가도 급상승했다. 현재 프랑스 리그 AC 아작시오에서 뛰고 있는 오초아는 이달 말 소속팀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초아의 영입을 위해 최소 20개에 달하는 유럽 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28)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골키퍼다. 나바스는 '선수비 후공격'의 역습 전략을 펴는 코스타리카의 최후방 수비를 담당하면서 전략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페널티킥 골로 실점한 것을 제외하고는 21일 이탈리아전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바스의 맹활약 속에 수비에서 안정을 얻은 코스타리카는 '죽음의 조'에서 우루과이, 이탈리아를 연파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밖에 C조 톱시드 콜롬비아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다비드 오스피나(26·2경기 1실점), 대회 전부터 '신성' 골키퍼로 주목을 받은 티보 쿠르투와(22·2경기 1실점) 등도 새롭게 '대권'에 도전하는 골키퍼들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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