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내가 돌봐야죠" 치매 노인 '함께' 돌보는 가족들

중랑구 치매지원센터, 부양가족 상대로 모임프로그램 지원
"치매노인도 중요하지만 부양 가족들 상처도 돌봐야"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그에겐 파킨슨병을 앓으며 누워있는 세 살 위의 남편과 치매에 걸린 101세의 시어머니가 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교회로 새벽기도를 나간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출근하는 작은아들과 며느리,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딸의 아침을 챙겼다. 오전 8시가 되면 진밥을 좋아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위해 새로 밥을 짓는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은 정씨가 직접 밥을 떠먹여 주어야 식사를 할 수 있다. 시어머니는 직접 밥을 떠먹기는 하지만 매 끼니마다 방 이곳저곳을 어지럽게 만든다. 긴 아침 식사가 끝나고 청소도 마무리되면 김씨는 또다시 점심 준비를 시작한다.

그의 시어머니는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 방에 있는 요강으로 대소변을 해결한 뒤, 손 씻는 물인 줄 알고 손발에 묻히기도 한다.

일주일에 3-4번은 꼭 이런 일이 생겼다. 상태가 심하면 락스를 이용해 물청소를 해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낯선 사람'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노인네가 그런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지, 밀치고 깨물려고 하고, 어떨 때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씨의 몸도 곳곳이 말썽이다. 3년 전부터 앓아왔던 백내장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시간이 없어 미뤄오다, "더이상 미루면 녹내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지난 26일에야 수술을 받았다.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다. 어쩌다 만나게 될 때에도 늦은 나이 병시중에 시달리는 정씨의 상황을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정씨는 인근에 위치한 '치매지원센터'를 찾았다. 그는 "치매 가족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치매 환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치매센터는 지난 2010년부터 치매환자 가족들을 상대로 '희망다이어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부양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에서부터 치매 노인의 식사나 배설 등을 도울 수 있는 간호 지식까지, 직접 부양하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서울 중랑구 치매지원센터는 2년 전부터 '한사랑자조모임'을 운영, 같은 처지에 놓인 치매 노인 부양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매지원센터에서 만난 김모(69·여)씨는 "남편이 치매를 앓게 되면서부터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많이 힘들었지만, 이곳에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도 받게 되면서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뇌졸중을 앓던 그의 남편은 지난 해 뇌경색이 온 다음부터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1967년 3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했다는 김씨 부부는 평소 금실이 좋았다. 항상 서로에게 존댓말을 썼고 어디를 가나 손을 잡고 다녔다.

하지만 남편은 치매에 걸리게 되면서 하루에 5~6시간씩 정신을 놓는다. 반말과 욕설을 하기도 했고, "어디서 딴 짓을 하고 왔냐"면서 김씨를 추궁하기도 했다.

한 번은 밤에 잠을 자던 남편이 갑자기 일어나 김씨의 얼굴을 때린 적도 있다.

잠을 자다 '봉변'을 당한 김씨는 다정했던 남편의 변화에 왠지 모르게 억울한 심정이 들어 남편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그런데 그새 자신이 때렸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남편은 "왜 때리느냐. 내가 병들었다고 때리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그날 밤 김씨는 아무 영문도 모르는 남편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김씨는 끝까지 자신의 남편을 책임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 남편을 남에게 맡기기는 좀 그렇다. 남편이 지금보다도 더 불안해할 것 같다"면서 "여유가 조금 생기면 요양자격증도 따서 내가 어떻게든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랑구 치매센터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남미숙씨는 "어떻게든 집에서 모시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는 개인의 질환이지만 가족들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면서 "치매 노인의 건강 관리가 중요한 만큼, 부양 가족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doso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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