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삼부토건은 2011년 유동성 위기로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을 모색했으나 연간 800억원에 달하는 이자에 시달리며 보유한 자산을 거의 대부분 담보로 잡힌채 연명하고 있다.
상습적인 자금난을 겪으며 하도급 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탓에 공사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데다 직원들의 임금마저 5개월째 연체하고 있을 정도로 경영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삼부토건 직원들은 "무능한 족벌 경영진과 삼부토건의 회생보다 자산을 담보로 잡고 이자만 회수하는데 전력하고 있는 채권단이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하는 등 삼부토건의 앞날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다음달 2일 금융기관과 8700억원 규모의 채무약정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본사 사옥과 자회사인 '삼부건설공업'의 지분 등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 135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ABS를 통해 조달한 1350억원 중 720억원은 우리은행의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2011년 대주단 협약 과정에서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조건으로 빌린 7500억원에 대한 이자 상환(129억원) 서울 내곡동 프로젝트파이내싱(PF) 대출 이자 상환(175억원)과 일반대출 이자 상환(60억원) 유러피안 PF 대출 이자 상환(27억원) 등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전체의 82%를 쓰기로 했다.

삼부토건은 나머지 자금 중 96억원을 그동안 밀렸던 직원들의 급여와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달까지 직원들의 체불 임금은 급여(130억원)와 퇴직금(50억원)을 합쳐 180억원으로 이 중 절반만 지급하는 셈이어서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김영석 삼부토건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6개월이상 급여조차 받지 못하고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고 있음에도 회사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뒤 대부분을 채권단의 원리금을 갚는데 쓰고 밀린 급여 일부만 정산하려고 한다"며 "채권단은 3년동안 무능한 경영진을 방관만 한 채 회사 자산을 담보로 선이자를 포함해 25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받아가면서 직원들만 고사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50개 공사 현장은 하도급 대금을 제때 급하지 못해 중단된 곳이 허다하다"며 "어떻게든 현장을 돌려보기 위해 직원들이 대출을 받거나 자비로 근로자들의 밥값을 대주며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동양건설산업과 서울 내곡동에 고급 주택을 짓는 헌인마을 PF사업을 추진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사업에 난항을 겪자 2011년 4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의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으로 빌려준 돈을 떼일 우려에 처한 채권은행들은 법정관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다. 채권은행들은 매각가치 1조원 규모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매각과 구조조정을 단서로 달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5월 르네상스호텔을 1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양해각서(MOU)를 맺은 후 아직까지도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르네상스호텔을 팔아야 8700억원에 달하는 대주단과의 채무를 정리한 뒤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본계약 지연으로 현재로선 이마저도 불분명한 상태다.

르네상스호텔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막대한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삼부토건의 재무상황은 날로 악화 추세다. 삼부토건은 지난해말 부채 1조5507억원, 자본 470억원으로 무려 3299%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김영석 사무국장은 "채권금융회사들은 담보가 아닌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담보를 잡고 이자만 회수하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은 늘 가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채권단들도 담보대출이 아닌 출자전환으로 기업회생에 적극 나서기 전까지 파업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삼부토건 경영진 한 관계자는 "급한대로 일단 4월 체불 급여는 정산해주고 세금을 못내서 받지 못했던 공사대금을 수령하면 나머지 급여와 퇴직금도 지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공능력평가순위 36위 업체인 삼부토건은 지난해 7월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인수자가 이사와 감사를 해임할 경우 퇴직보상금으로 각각 100억원, 50억원 지급해야 한다는 정관변경을 상정키로 하면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인수자의 M & A 비용을 높여서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이른바 '황금낙하산'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에도 최대주주인 조남욱 삼부토건 대표이사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쓴다는 논란이 일자 정관변경을 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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