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누가 저 해맑은 박은선에게 돌을 던졌던가

10년 만에 A매치 복귀 앞둔 박은선의 행복한 도전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5-07 21:09 송고 | 2014-05-07 22:31 최종수정
박은선이 설레는 마음으로 여자 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있다. 큰 아픔을 겪었으나, 박은선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 News1 이동원 기자

오는 14일부터 25일까지 베트남에서 열리는 2014 AFC 여자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파주NFC에서 출정식을 겸한 포토데이 행사를 가졌다. 지난달 22일부터 파주에 모여 담금질에 들어갔던 여자대표팀은 8일 베트남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훈련을 마무리하고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포토데이 행사 뒤 만난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2주 정도 파주에서 훈련했는데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떠나겠다”며 “한국 여자대표팀이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아시안컵은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FIFA 여자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어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상위 5개 팀까지 본선행 티켓을 받는다. 한국은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이후 12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가능성은 꽤 높고 기대도 크다.

잉글랜드 프로리그에 진출한 간판 스타 지소연이 있고, 2010년 FIFA U-17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여민지까지 가세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박은선이 돌아왔다. 빼놓을 수 없는 주축 선수다. 지금껏 박은선과 지소연이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꿈의 조합’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토데이 행사에서 만난 박은선은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소집 초기에는 WK리그에서 입은 가벼운 부상 탓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으나 이후 무리 없이 팀 훈련에 녹아 내렸다. 박은선은 “(소집 후)처음에는 치료와 재활에만 집중했다. 다행히 빨리 좋아졌다. 이후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다”면서 “몸 상태는 좋다. 하지만 아직 적응은 50%”라고 밝혔다.

박은선은 “여전히 적응이 잘 안 된다”며 웃었다. ‘아직 50%’라는 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랜 만에 돌아온 대표팀 생활이 아직 어색하다는 표현의 다른 말이다.

박은선이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2010년 4월 아시안컵 대비 소집 훈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A매치 출전 기억은 아주 오래 전이다. 박은선의 마지막 A매치는 2005년 8월 일본과의 제2회 여자 동아시아대회 조별 리그였다. 10년 전 일이다. 어색할 수 있는 세월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성별 논란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박은선 개인적으로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외로, 그리고 다행히도 박은선에게서는 자신을 괴롭힌 세상을 향한 원망 대신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마냥 행복해하는 평범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박은선은 “어느새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는 왕언니가 됐다. 하지만 내가 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느끼는 점도 많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가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면서 “내가 골을 넣어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그냥 팀에 녹아들면,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동생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의 대표팀 컴백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박은선은 잘 적응하고 있었다. 원래 내성적인 편이라 단체 생활에 애를 먹는 편인데, 먼저 다가와 장난을 거는 후배들 속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자 대표팀의 김범수 GK코치는 “10년 전에도 은선이와 대표팀 생활을 했었는데,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해졌다”면서 “당시는 마냥 막내였는데 지금은 고참이다. 생각보다 후배들을 잘 챙기고 후배들이 잘 따른다”는 말로 박은선의 변화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박은선은 후배들과 어울려 해맑게 사진을 찍고, 장난을 쳤다. 불과 몇 개월 전 그를 괴롭혔던 어른들의 도에 지나친 행동이 다시금 부끄러워진다. 왜 저 해맑은 축구 선수에게 돌을 던졌는지 모를 일이다. 박은선은 철없는 어른들을 덤덤히 받아들일 만큼 철이 들어 있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분명 참에 가깝다.


lastunc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