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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우리보다 학생이 문제야" 마지막 말 남기고…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일반인 실종자 이모(48)씨
일반인 실종자 측 "소수 의견 반영 안돼 안타깝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4-04-19 12:15 송고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건 나흘째인 19일 밤 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조명탄을 쏘며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4.4.1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구명조끼 입었으니 걱정마. 지금 우리가 문제가 아니야. 학생들이 문제지."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이모(48)씨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배에 사고가 난 것 같아. 배가 좀 기울었어"라고 말했다.

놀란 부인이 "어서 배에서 나와라"고 말하자 이씨는 "구명조끼 입었으니 걱정하지마. 지금 우리가 문제가 아니야. 학생들이 문제야"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씨의 전화는 세월호 침몰과 함께 끊겼다.

세월호 침몰 사흘째를 맞은 19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이씨의 친구 A씨는 "오십이 가까이 되는 나이의 친구가 선장의 '움직이지 마시오'라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였겠느냐"라며 "친구의 평소 성격을 봤을 때 분명 학생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자신은 뒤늦게 탈출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씨의 소셜네트워크를 보여주며 "최근 친구가 등산 사진을 올렸길래 '일 안하고 산에만 가는구나'라고 답글을 달았다"며 "이에 친구는 '산이 나를 부르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참 동안 친구 사진을 바라보던 A씨는 "그랬던 친구가, 결국은 바다로 가버렸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단원고 학생이 아닌 일반인 실종자 측인 A씨는 이외에도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의 초점이 단원고 학생들에게만 맞춰져 일반인 실종자들은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 탑승객 33명의 이름이 적힌 명부를 든 채 "일반인 실종 혹은 사망자 측과 학생 실종자 측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소수에 불과한 일반인 실종자 가족 등의 의견이 묻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일반인도 학생들과 똑같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이라며 "일반인 실종자 가족 사이의 네트워크 조차 형성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현재 4명의 시신이 추가 인양됐다. 이에 따라 세월호 침몰 사망자는 33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269명으로 줄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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