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육아휴직, 첫달 150만원 주면 일반 직장인도 공무원만큼 쓸까?

정부, 2년내 육아휴직자 남성비율 10% 달성 목표

본문 이미지 - 제 2회 마더페스티벌에서 아빠 유모차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제 2회 마더페스티벌에서 아빠 유모차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민지형 기자 = 정부가 지난 4일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대책으로 민간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2년내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을 공무원 수준인 육아휴직자 전체의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인원은 6만7000명이었고 이 중 남성의 비율은 3% 정도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맞벌이 부부가 둘다 육아휴직을 쓰면 두 번째 신청자에게 첫 1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조정하되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남성'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한 자녀를 대상으로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쓰는 근로자는 주로 '아빠'들이 될 전망이다. 한국 근로자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3.5%다. 이들이 정책 수혜 대상이다. 특히 민간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

◇공무원 육아휴직 중 남성 11%…전체는 3.3%

한국에서 남성 육아휴직제도는 2001년에 처음 도입됐다. 2002년 78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가 점차 늘어 10년 만에 2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속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성 육아휴직자 중 절반가까이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이다.

일반 기업 남성들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12년 기준 중앙부처 공무원 육아휴직자 중 남성비율은 11%였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3.3%)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비율은 지난 2003년 1.5%를 기록한 뒤 2010년까지 1.4%~1.9%로 1% 후반대의 비율을 보이다 2011년 2.4%, 2012년 2.8%, 2013년 3.3%(2293명)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 근로자수는 여성에 비해 그 실적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육아휴직 사용인원은 여성 사용자의 증가로 연평균 26.4%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육아휴직 이용 현황과 비교하면 민간기업의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2008년 10.4%(294명), 2009년 11.5%(383명), 2012년 10.6%(458명), 2011년 11.9%(623명), 2012년 11.3%(756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공무원들의 육아휴직 이용이 계속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부처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수준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 목표도 공무원 수준에 맞춰졌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1~2년내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10% 수준으로 올리는 게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현오석 부총리와  관계부처 장관 등이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4.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현오석 부총리와 관계부처 장관 등이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4.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회적 합의 없이 가능할지 '미지수'

다만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 기업 조직문화나 인력구조상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년이 보장되고 정규직이 대부분인 공무원의 직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를 당장 민간으로 옮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정책을 두고 '남성 공무원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혜원 서경대 아동학과 교수는 "집단이나 단체 등 주변의 분위기나 문화를 공유해야지만 실행이 높아질 수 있다"며 "단순히 제도가 만들어졌다고해서 실행되기 보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남성 육아휴직이 일종의 운동처럼 사회적 움직임을 일어나야만 제도의 변화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지원제도를 높이는 것은 미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거시적인 변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어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쓰는데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조직문화와 인력구조상 남성육아휴직률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남성이 육아휴직을 가도록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극약처방까지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출산과 양육 친화적 직장환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2013년)'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주변에 눈치가 보여서(30.8%)', '경력단절 우려 (17.3%)' 등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로 봐도 육아휴직 사용 시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대비 대체인력지원금 지급률은 5.2%에 그쳤다. 6만9616명의 육아휴직자 결원 중 3722명에 대한 대체인력지원금이 지원됐다는 의미로 기업의 대체인력 채용이 매우 낮다는 것을 반증한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체인력 미 사용 이유로 민간기업의 41%는 '내부적으로 해결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26.3%)', '단기 인력이 없어서(18.4%)', '인건비 부담때문에(7.9%)' 등의 순이었다. 회사에서 대체인력을 뽑지 않고 옆자리 동료가 자신의 일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쓸 경우라는 어려운 상황을 전제로 해서 기존의 육아휴직 한도 100만원보다 최대 50만원만 더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로 남성들을 육아휴직 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겠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불어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근로유형에 따른 육아휴직 사용 차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3년간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사업체 중 육아휴직 제공 비율을 보면 정규직 남성에게 육아휴직을 제공한 사업체는 전체의 12% 정도였지만 비정규직 남성에게 육아휴직을 쓰도록 한 사업체는 1.8%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의 역차별을 불러와 상실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정규직 여성에게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사업체는 15.5%로 조사됐다.

아울러 이 같은 지원제도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다. 올해 4346억원의 예산에 300억원+알파(α)를 추가해 지원한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금의 여력이 충분하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금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시작하면 (나중에 남성 휴직자가 늘어나거나 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고) 그러면 이런 대책은 단순한 인기영합주의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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