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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키즈' 이준석 "설익은 창조경제, 창업백수만 양산"

[단독인터뷰] "창업 아이템 심사, 좀더 엄중하고 제대로 해야"

(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2014-01-13 22:44 송고 | 2014-01-14 02:11 최종수정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창조경제 1년'에 대한 평가에 "설익은 창조경제가 창업백수만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News1

요즘 상종가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라디오에,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전문 MC까지 종횡무진이다. 스케줄만 보면 딱 잘나가는 연예인이다. 최근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적 화두인 '창조경제 1년'과 관련, 연일 쏟아내는 날카로운 '쓴소리' 때문이다.
별명도 많다. '하버드 출신 엄친아'에서부터 최근 붙여진 '젊은 돌직구'와 '박근혜 키즈'까지 다양하다. 현직 명함 타이틀은 사회공헌 벤처기업가다.

바로 이준석(29)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얘기다.

서울과학고와 미국 하버드대(경제학-컴퓨터과학 전공)를 졸업한 그는 소외계층 청소년 대상 무료 교육 봉사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대표이자, 전산프로그램 개발 벤처기업인 클라세스튜디오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건, 역시 지난 대선 당시 불과 26세 나이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격 발탁되면서다. '박근혜 키즈'로 불린 것도 이 때부터였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창조경제'의 창업 부분과 관련된 밑그림을 그렸다. 9일 그가 출연 중인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만나 '창조경제 1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제안서나 시제품 제작해주는 브로커들 득실"

머뭇거렸다. 창조경제 1년에 주어질 점수를 묻자, 선뜻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글쎄요. 딱히 점수를 주기가 애매합니다. 제가 감히 몇 점을 준다고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진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창조경제 1년 동안 공과를 짚어달라는 질문에 들어가자, 예상대로 작심발언이 터져 나왔다. "창업이 너무 쉬워졌어요. 적당한 아이디어 제안서 한 장이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8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너무나 쉽게 내줍니다. 1년 뒤엔 이 아이디어에 걸맞은 그럴싸한 시제품만 내면, 창업자금의 역할은 충실하게 수행한 것으로 인정되죠. 거기서 끝인데도 말입니다." 창업자금만 받아서 1년 동안 잘 유용하고, 정작 수행해야 할 창업은 내팽개치는 사례가 태반이란 얘기였다.

억양도 금세 거칠어졌다. "창업자금을 받아내기 위한 제안서나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전문 브로커들만 득실거리고 있어요.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창조경제의 목적도 좋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은 분명히 따져야 되는데, 그게 안되고 있습니다. 결국 설익은 창조경제가 창업백수만 양산하고 있는 셈입니다." 잘 포장된 아이디어로 창업자금만 챙기고 백수로 돌아갔다가, 다시 창업자금을 받기 위해 번지르르한 창업 아이템 제출 등의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창조경제가 일자리 창출 시스템은 아니다"며 창조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그릇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News1

◇"창조경제는 일자리 창출 시스템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부작용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는 창조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꼬집었다. "창조경제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는 사람을 기계로 대체해주는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입니다." 창조경제가 마치 일자리 창출의 만병통치약처럼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을 향한 일침이었다.

그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서점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서점은 ICT의 산물이죠. 하지만 그 바람에 동네 골목 서점들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관련된 직종이 생겨난 대신, 오프라인 책방은 죽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창조경제가 반드시 일자리 창출과 비례하진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진단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물 밑에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컨트롤타워가 안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창조경제와 관련된) 최첨단 멍청이들만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부가 지금처럼 방향성을 못잡고 허둥댄다면, 아까운 인재들의 방황만 계속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창조경제타운이 전문가(멘토) 문제로 삐걱거리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본보기다.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은 일반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 제안에 멘토 지원 등을 포함해 사업화나 지적재산권 확보까지 도와주는 온라인 포털사이트다.

지난해 9월30일 미래부 주관 아래 야심 차게 개설됐지만, 가장 중요한 멘토 불성실 등으로 인해 현재 월간 방문자수가 사이트 오픈 당시에 비해 4분의 1수준까지 급감하며 외면받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에 대한 보다 엄정한 잣대와 기준으로 다가설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창조경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News1

◇"창조경제는 양날의 칼, 잘 활용해야 효과 거둘 것"



그렇다면, 과연 1년동안 창조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부문은 전혀 없었던 것일까. "과거에 비해 창업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경제적인 지원 통로 확대는 분명히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일단 창조경제를 계기로 창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 분위기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지금처럼 창업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풍토는 금물이란 충고도 잊지 않았다. "수많은 창업 아이디어가 한두달만에 없어지고, 다시 수백개의 창업 아이템이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창업은 거의 없어요." 그만큼, 오버페이스된 창조경제 붐으로 예비창업자들의 창업에 대한 절박함과 치열함이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속된 말로 죽을 만큼 고민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진짜 예비 창업자들은 거의 안보인다는 진단이다.

처방전도 내놨다. 창업에 대한 안전한 환경 조성과 더불어 그만큼, 까다롭고 엄격한 잣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심사를 보다 엄중하고 엄격하게 제대로 해야 합니다. 창업에 대한 자비부담을 늘려 본인 책임감까지 높이는 방안 역시 고려해볼 만합니다." 냉철한 자가 진단과 맹렬한 자체 생존경쟁에서부터 창조경제의 성공 지름길을 찾아야 한다는 그의 조언에선 살벌함마저 느껴졌다.


heo0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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