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공무원이 검사대상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결혼식 축의금은 뇌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수검 대상업체 관계자들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기소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 김모씨(57)에 대해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248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노동청에서 사업장의 재해예방에 관한 지도점검,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 등을 행하는 근로감독관들을 지휘·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김씨는 딸의 결혼식을 한 달 가량 앞둔 같은 해 12월 검사대상 기업 관계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청첩장을 보내 축의금 530여만원을 받았다.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은 대개 개인적 친분 없이 노동청을 방문했다가 김씨와 한두 번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한 게 전부인 사이였다.
이들은 축의금을 회사 경비로 처리하거나 김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 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개인적 친분관계로 받았다는 것이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면 사교적 의례로 주고받은 돈이라도 뇌물이 된다"면서 김씨가 받은 축의금 전부를 뇌물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500만원과 추징금 1618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받은 5만~10만원 상당의 축의금은 사회상규를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수 없고, 자녀가 결혼할 때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업무상 접촉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청첩장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김씨의 축의금 수수 행위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248만원으로 감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12일 항소심 판결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김씨는 지도점검 대상업체에 대한 위반사항의 조사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면서 "지도점검 대상업체 관계자들에게 청첩장을 보내 축의금을 받은 것은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이어 "지도점검 대상업체 관계자들은 축의금을 내지 않을 경우 받게 될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피고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통한 업무상 편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며 "김씨가 받은 축의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