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여'검사라고 써야 돼?"…인권침해 '여전'

'꼬리친다, 얼굴마담, 눈먼 돈' 등 표현 지적
국가인권위원회 제정 '인권보도준칙' 사례 분석
신지영 교수 "피해 예상되는 사람 입장 고려해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주요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운데)가 발제를 하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언론이 민주주의와 성평등을 훼손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여전히 '인권보도준칙'을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와 기자협회는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했지만 취재현장에서는 촉박한 시간 등을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인권보도준칙을 바탕으로 10개 일간지 기사와 3개 지상파 방송, 4개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기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조사대상인 3만1013건의 기사 중 인권침해 사례는 494건(1.6%), 9월 조사대상인 2만7735건의 기사 중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는 483건(1.7%) 등이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사례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보도준칙 미준수로 '사회지도층, 상류층, 읍소, 접견' 등 국민을 낮춰보는 용어의 사용이 대표적이었다.

'고객, 사은품'과 같이 기업 입장에서 사용하는 표현, '통치권자, 영수회담, 하마평'과 같은 권위적인 표현도 이에 해당됐다.

'몸이 없다, 눈먼 돈, 꿀먹은 벙어리'와 같은 표현은 장애인 인권보호를 미준수한 사례, '꼬리친다, 앙칼지다, 얼굴마담, 내연녀'와 같은 표현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한 사례 등으로 꼽혔다.

'여성변호사를 성추행한 검사도 있다' 등 표현은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한 사례로 지적됐다.

'이씨는 어린이집 예쁜 여교사만 보면 성적욕구가 일어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등 표현은 사건경위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고 성범죄보호 미준수 사례로 들었다.

이밖에도 이주민, 외국인, 노인, 아동, 성적소수자 등에 대한 인권보호준칙 미준수 사례가 발견됐다고 미디어운동본부는 설명했다.

인권보도준칙을 알고 있는 기자는 조사대상 50명 중 46명(93.90%)이었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니'(44.9%), '보도준칙의 내용을 잘 몰라서'(32.7%), '기사 작성에 타성이 붙어서'(32.7%) 등 이유로 준칙을 잘 지키지 못한다고 답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특정 표현이 갖는 개념적 의미보다는 연상적 의미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사람을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만 그 한 단어로 대상의 다양한 속성이 가려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눈먼 돈'이란 표현을 봤을 때도 일반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받는 느낌은 다를 것"이라며 "피해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하는 등 수용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이영섭

|

편집국장 : 채원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