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자 소비자들이 폭발했다.
900메가헤르츠(㎒)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를 내년부턴 사용할 수 없게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와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향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900㎒ 무선전화기 사용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중장기적인 주파수 정책도 없이 소비자의 의견과 선택권을 완전히 배제한 채 그 관리비용을 국민에게 은근슬쩍 떠넘기려한다는 것이 이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난달 2006년 이전에 구입한 아날로그 가정용 무선 전화기 사용을 내년 1월부터 전면 금지한다.
내년부터는 900㎒ 대역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로 걸려온 전화를 받기만 해도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900㎒ 아날로그 무선전화 사용자는 연내 1.7㎓나 2.4㎓ 대역을 쓰는 디지털 무선전화기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900㎒ 대역 무선전화기 수는 약 9~10만 대로 추정된다.
이는 KT 측이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가 가정용 무선전화기와 겹쳐, 통신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900㎒ 주파수의 경우 KT가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서비스용으로 사용 중이다. KT는 이 대역에서 무선전화기 간섭으로 LTE 상용화 진행을 못하면서 이동통신 3사 중 혼자 LTE-A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간섭 때문에 900㎒ 사용이 불가능한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특히 아날로그 무선전화기의 주파수 사용 기한은 이미 정보통신부 시절인 2006년 10월 관련 고시가 개정되면서 2013년 12월31일로 정해진 바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배너 광고와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이용 종료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 이외에는 별도의 홍보 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900㎒ 주파수 대역 사용 아날로그 무선전화기가 지금까지 버젓이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분노 섞인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실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자신의 구글플러스(SNS의 일종)를 통해 "정부가 문제 있는 주파수를 KT에 팔아서 생긴 문제"라며 "AS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를 디지털 무선전화기로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기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 무선전화기 사용자가 10만명이나 된다니 모르고 벌금 내시는 분들 없으셨으면 한다"며 "국민은 생각 안 하고 기업만 생각하는 법인가? 두 달 후 시행되는 법안 홍보 제가 해드릴게요. (법안)개정이 된다면 사용자 모두에게 알리는 게 기본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은 "무선전화기 사용금지, 아직 쓰는 사람이 많을 텐데", "무선전화기 사용금지, 최근에 산 무선전화기는 어쩌라고?", "이번 사태를 보면 미래부가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부처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00㎒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일명 코드리스폰 이용종료 건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언론과 SNS에 회자됐다"며 "과태료 부과와 같은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현행 전파법에서는 미허가 주파수를 사용하는 무선전화기의 경우 손실 보상이나 교체비용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900㎒ 무선전화기 사용을 중단당해도 별도로 보상받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900㎒ 대역 무선전화기는 2006년 이전에 생산된 제품으로 주로 안테나가 밖으로 돌출돼 있는 형태다.
jan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