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보조견은 케이지 넣어라?…장애인 울린 콜택시 운영지침 '공분'
대전시 측 "무지해서 벌어진 일" 사과
장애인 보조견 홍보 및 인식 개선 필요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한 청각장애인이 보조견과 장애인콜택시를 탑승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영상이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약 100만회를 기록하며 공분을 샀다. 이에 대전시 측은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적극 시정 조치에 나섰다.
8일 청각장애인 A씨에 따르면 최근 청각장애인 보조견 '로미'와 함께 출장을 가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A씨의 남편은 미리 택시 기사와 통화해 장애인 보조견도 같이 탈 예정이라고 알렸다.
택시가 도착하자 A씨는 장애인 보조견 조끼를 입힌 로미와 택시에 탔다. 문제는 로미를 본 택시 기사의 반응이었다.
택시 기사는 A씨의 남편에게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봤지만, 청각보조견은 처음 본다"라며 A씨를 가리키며 "장애인 본인 맞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장애인콜택시 예약 앱을 이용하려면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기사가 승객이 청각장애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앱 화면에도 표시된다.
A씨는 "장애인 보조견은 법적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로미가 대형견이라 혹시 승차 거부를 당할까 봐 일부러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며 "기사가 화를 내는 모습에 로미와 저 모두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이동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곧바로 대전장애인콜택시 측에 민원을 넣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을 본 A씨는 더욱 황당함을 느꼈다. 운영 지침상 시각장애인 안내견만 케이지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로미를 케이지에 넣어 타라는 건 제게 양쪽 귀를 떼고 타라는 것과 같다"며 "게다가 대형견인 로미를 케이지에 넣어 들고 다닐 수 없지 않냐"며 울분을 토했다.
장애인 보조견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전문훈련기관에서 양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 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견을,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는 시각부터 청각, 뇌전증, 지체장애인 등을 위한 보조견을 양성하고 있다. 장애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보조견의 범위도 다양하다.
이이삭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국장은 "청각장애인의 경우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아 차별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러 대형견인 로미를 A씨에게 추천했다"며 "현재 전국에 40마리 청각장애인 보조견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인식 개선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소리를 대신 듣고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집안에서는 초인종, 알람, 아기 울음, 물 끓는 소리 등을, 외부에서는 뒤에서 차 오는 소리나 경적 소리, 이름을 부르는 소리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소리를 대신 듣고 알려준다.
A씨의 경우 아파트 화재 경보 소리를 듣지 못하고 피신하지 못했던 일을 겪은 후 로미 입양을 결심했다.
대전시 교통정책과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담당자는 A씨가 인스타그램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며 겪은 영상을 올린 날 우연히 해당 게시물을 보고 바로 대전장애인콜택시 측에 연락해 시정했다.
담당자는 뉴스1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견이 있는지 몰랐던 무지함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불편을 겪은 가족에게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상위법을 확인하고 장애인 보조견은 모두 케이지 없이 탈 수 있도록 이용 규정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장애인 보조견의 동반 출입에 관한 규정은 더욱 강화된다.
본래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숙박시설·식당 등에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의 출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올해 4월 새로 시행되는 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문구 대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도록 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공익광고 등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 보조견은 장애인의 고마운 동반자이자 장애인과 한 몸"이라며 "공공장소 등에 장애인 보조견이 출입하는 것이 이해가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는 편견 없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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