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침묵행진'…광화문서 95명 연행(종합)

18일 시민 200여명, 서울광장서 침묵행진 시작
대학생 용혜인씨 제안한 4번째 침묵행진…도로 진출
경찰과 대치하다 차례로 연행…"이것이 나라입니까"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과 '세월호 추모 청년 모임' 소속 회원들이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이날 모인 시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자본의 탐욕과 이윤을 위한 규제완화, 기업과 기관의 비리유착 등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5.18/뉴스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18일 서울 도심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침묵행진'을 벌이던 대학생 등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가다 대거 연행됐다.

이날 오후 '세월호 추모 청년 모임' 소속 대학생 등 시민 200여명(경찰 추산)은 서울 중구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을지로입구, 광교를 거쳐 청계광장까지 침묵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저녁 7시쯤 광화문 동화면세점 맞은편 청계광장에 모인 뒤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던 '5·18 만민공동회' 측과 합류한다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침묵행진을 처음 제안한 경희대 학생 용혜인(25)씨가 저녁 7시15분쯤 "박근혜 정부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대답하실 분들을 따라오라"고 외치자 행진 대열은 곧장 세종대로로 뛰어들었다.

이후 행진 대열은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밤 11시까지 4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시민 95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인도 방향으로 밀어붙인 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0조 1항 등을 위반했다며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다.

시위대가 저녁 8시30분쯤까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검거작전을 실시하겠다"며 미란다 원칙을 공지하고 시위 참가자 연행에 나섰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으로 시위대를 이끌어 둘러싼 뒤 밤 11시까지 침묵행진 주최자 용혜인씨 등 총 95명을 서울 시내 경찰서에 분산해 연행했다.

용씨 등 시민들은 연행 과정에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이것이 나라입니까"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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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앞서 용씨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우리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4월 30일에 서울에서 모이자'고 침묵행진을 처음 제안한 바 있다.

용씨의 제안은 시민들의 호응을 받아 전날인 17일까지 3차례 진행됐고, 이날 오후 4번째 침묵행진도 성사됐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 침묵행진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 모여 묵념을 한 뒤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용씨 등 시민들은 경찰과 한 차례 마찰을 빚었다.

서울광장을 나선 행진 참가자들이 인도가 아닌 도로 행진을 시도했고, 경찰이 제지하자 인도로 올라와 행진을 이어나갔다.

오후 5시쯤 종로구 서린동 영풍문고 인근 청계천 광교에 마련된 간이 무대 앞에 모여서야 침묵을 풀고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용씨는 무대 위에 올라 "날씨가 너무 좋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에는 더욱 슬픈 날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용씨는 경찰이 도로 행진을 불허한 데 대해 "진도에서 청와대로 가겠다던 실종자 가족들을 경찰이 막아섰을 때 가족들 심정이 이런 것이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자꾸 이 사회와 나라는 (세월호 참사를) 잊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자꾸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희생자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고 남은 실종자 1명까지 끝까지 구해달라'고 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관심 갖고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hong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