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피해자"…자녀 ‘학폭 진술서’ 숨긴 학부모 2심도 벌금형

진술서가 공무 서류로 볼 수 있는지 쟁점…학부모 "서류 아냐"
재판부 "법률에 따라 후속 업무처리의 근거 된다"며 인정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자녀가 학교폭력을 저질러 담임 교사에게 제출한 ‘진술서’를 빼앗아 숨긴 50대 학부모가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공용서류은닉 혐의로 기소된 A 씨(54‧여)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의 자녀(중학교 1학년)는 2023년 3월14일 ‘모 중학교 학생에게 돌멩이를 던졌다’는 내용의 학교폭력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받으면서 강원도교육청 소속 모 중학교 교사인 B 씨로부터 요청을 받아 ‘진술서’라는 제목으로 해당 학교폭력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이를 제출했다.

A 씨는 같은 날 오후 중학교 2층 교무실을 찾아가 “내 자녀는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하던 중 B 씨가 들고 있던 사실확인서를 보고는 이를 낚아채서 가지고 가 은닉했다.

결국 A 씨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자녀가 작성한 진술서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녀가 작성한 진술서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실태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에 해당한다”며 “문서에 기록된 정보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후속 업무처리의 근거가 되는 점을 종합하면, 해당 진술서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