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으로 카톡 오픈채팅 무한개설…아이디 팔아 억대 수익

법인 세워 수천개 회선 뚫은 뒤 카카오톡 아이디 만들어서 판매
'이용자보호조치' 로직 뚫어 1500명 들어간 오픈채팅방 개설

카카오톡 아이디를 판매하는 텔레그램 광고 전단 (제보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법인을 세운다. 법인 명의로 수천 개 번호를 개통한다. 카톡 아이디를 만든다. 텔레그램에서 카톡 아이디를 판매한다. 이렇게 판매된 카톡 아이디는 불법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는 등 오픈채팅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카카오(035720)가 주식리딩방 등 불법 오픈채팅방 근절에 힘쓰고 있지만, 규제 빈틈을 노린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가 이용자보호조치 규제를 강화해 이같은 불·편법 행위 방어에 나섰지만 수많은 계정을 모두 감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회선 총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알뜰폰 개통방식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에서 카카오톡 국내 아이디는 개당 6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 아이디는 3만 5000원, 유령 아이디는 12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이렇게 판매된 아이디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불법 주식리딩방 등을 운영하는 데 사용된다. 유령 아이디는 오픈채팅방 인원을 채우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아이디를 판매하는 조직은 보유 계정으로 신규 오픈채팅방에 입장 후 하트를 찍어주며 활성화된 오픈채팅방으로 보이게도 해준다.

카카오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오픈채팅방을 개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규 계정의 경우 오픈채팅방 개설과 인원에 제한을 두지만 이를 뚫는 방법도 알려져 있다. 편법으로 만든 계정간 메시지 전송을 통해 카카오가 이들을 정상계정으로 판단하게 속이는 식이다.

만약 카카오가 계정을 정지시켜도 '번호 변경'을 이용하면 계정을 새로 만들어 오픈채팅방을 개설할 수 있다.

카카오톡 아이디를 파는 조직은 법인을 세워 한 번에 수천 개의 회선을 만들어 운영한다. 약 5000원 수준의 알뜰폰 최저 요금제에 가입한 회선으로 6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셈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런 법인은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카카오의 단속을 뚫을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게 경쟁력이라고 광고한다"고 말했다.

동일 명의로 수천 개 계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도 카카오는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오픈채팅방 운영 계정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과거 이용패턴과 이용환경 분석을 통해 어뷰징 가능성이 높은 계정은 사전 대응을 하고 있고, 모니터링을 통해 정상적이지 않은 대량 계정의 생성은 사후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또 카카오톡 안티어뷰징 시스템 등의 이용자보호조치 로직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선 총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알뜰폰 개통 방식 개선을 기반으로 이같은 불·편법 영업 행위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배경이다.

이동통신사업자(MNO)는 법인이 만들 수 있는 회선수에 제한을 두지만, 일부 알뜰폰사업자(MVNO)는 요금을 선납하면 제한없이 개통해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수천 개 회선을 만드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지 않으면 불법 채팅방을 근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