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요금 8월부터 6.8% 인상, 전기요금은 언제 오를까

도시가스, 사용량 적은 하절기 인상으로 서민부담 완화
전기요금 냉방수요 줄어드는 4분기 인상 전망…정부는 '신중'

주택가 가스계량기 옆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News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8월부터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6.8% 인상하기로 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물가 장기화에 서민 부담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동결' 상태다.

정부는 에너지공기업들의 재무여건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에너지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시기와 인상 폭이다.

가스요금의 경우 사용량이 적은 하절기 요금 인상을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냉방 수요가 적은 올 겨울철에 인상을 단행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전기요금은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협의를 거쳐 매년 3·6·9·12월 네 차례에 걸쳐 결정되는데, 고물가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 속 서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로써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동결' 상태다.

사상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아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 원(지난 3월말 기준)에 육박하고, 지난해까지 누적적자(연결기준)만 42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부채로 인해 매년 내야 할 이자만도 4조~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가스요금에 대해선 8월 소폭 인상을 결정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5일 다음 달 1일부터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MJ당 1.41원(서울 소매요금 기준 6.8%) 인상한다고 밝혔다. 일반용 도매요금은 MJ당 1.30원 인상될 예정이다.

인상 규모로 보면 서울시 4인 가구 기준 월 가스요금이 377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 계량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News1 이동해 기자

정부는 '에너지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민 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가스 사용량이 적은 하절기에 요금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역시 1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미수금에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다. 가령 가스공사가 1000억 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300억 원에 팔면, 적자분인 700억 원을 자산으로 분류한 뒤,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실상의 영업손실액인 셈이다.

도시가스 요금을 사용량이 적은 하절기에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냉방 수요가 적은 동절기에 인상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악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생산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한 국제유가 상황도 더 이상 요금 현실화를 미룰 수 없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올 상반기 배럴당 80달러 선에 형성된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 분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보다 1.84달러(2.3%) 상승한 83.38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 4월 2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도 1.60달러(1.9%) 오른 86.60달러 종가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 4월 3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곧 에너지공기업들의 '생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생산원가가 오르면 이를 에너지 요금 인상분에 반영해야 하는데, 제때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지금의 에너지공기업의 부채를 키웠다는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에너지요금 현실화'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물가 상황을 반영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 포럼에서 "(전기요금은)기업의 재무여건과 글로벌 시장 가격 동향을 고려해 당분간은 안정적인 관리를 하되 불가피할 경우 반영할 것"이라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각 공공기관의 상황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공공요금에 대한 인상 요인이 생겼다면 먼저 공공기관이 흡수해야 한다"면서 "이후 기관 자체의 운영을 위한 원가를 반영해야 한다"며 물가 상황을 우선 전제한 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