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접대에 식사비 대납까지…의사-제약사 리베이트 천태만상

[藥 리베이트]①쌍벌제 했더니 '설문조사' 활용해 경제적 이익 제공
집 월세 대납, 자녀 등·하교 사례도…영업대행업체 대세로 자리

편집자주 ...경찰이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고려제약이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쓰는 대가로 금품 등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의사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범위를 다른 제약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의료대란 중에 불거진 사건이라 곱지 않은 시선도 있으나 뉴스1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에 주목하고 3건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 News1 DB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고 제공한 의사와 제약사 양쪽을 다 처벌하는 쌍벌제부터 지출 명세를 모두 보고하는 제도까지 규제가 나왔지만, 불법 리베이트의 그림자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는 시대와 규제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다. 특히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 법규 시행 이후부터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단일 사건으로 50억 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A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은 판촉 활동에서 제외된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의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우회 사례로 꼽힌다.

당시 A 제약사는 에이전시 3개 사를 통해 거래처 의사에게 설문조사·광고를 실시한 후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2010년 초부터 2011년 중순까지 총 50억 원 상당의 금품이 이렇게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 지역사무소, 개인별로 행해진 리베이트도 상당했다. 각 사례를 보면 영업사원들은 상품권이나 현금, 명품 지갑을 의사에게 직접 제공하기도 했고, 원룸 월세를 대신 내준 경우도 있었다.

2016년에는 전국 1947개 병의원에 14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역대 최대 규모 리베이트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B제약사는 2008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현금 77억 원, 상품권 63억 원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처벌받았다.

이들은 매월 처방금액의 10~25%를 보상 개념으로 지급했으며, 3~6개월마다 처방 규모를 먼저 예상해 계약 판매비 등 명목을 만들어 금전적 이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제품을 도입해 처방해 주는 첫 거래의 경우 '랜딩비'라는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골프 접대와 고급 식사와 향응 제공 등 1억 원에 가까운 현물과 현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같은 경우에는 '쪽지 처방'이라는 방식이 리베이트 창구로 쓰인다. 처방전이 아닌 일반 종이에 의약품 이름을 적어 환자에게 사도록 하고, 약국에서 팔린 만큼 의사에게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베이트 사건들은 회사 내 조직적으로 일어난 경우에 해당한다. 이외에 영업사원 개인이 실적 향상을 위해 의사에게 냉장고를 선물하거나, 자녀의 등·하교를 대신 봐주고, 강아지 산책이나 간식 심부름을 대신하는 일도 그간 적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이렇게 적발된 리베이트 처벌로 인해 회사 경영이 어려울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 리베이트 품목의 허가가 취소되거나 보험약가가 대폭 인하되면서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이 직접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에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대면 영업이 아닌 학술 데이터를 공유하는 학술 영업 방식이 도입됐다. 최근에는 이렇게 줄어든 영업 조직을 대체하기 위해 외부 영업 판매 대행업체인 'CSO'와 계약을 맺는 추세다.

CSO는 의약품 영업을 대행하는 업체다. 미국 등 국가에서도 존재하는 법인이다.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받아 CSO가 확보한 병의원 고객에게 의약품을 공급하고, 합법적인 의약품 영업·마케팅 행위를 한다.

그러나 CSO 자체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벌어질 경우 계약을 맺은 주체인 제약회사는 리베이트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일명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다른 CSO를 통해 의약품 판매를 이어갈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CSO의 지출 명세도 보고받고 있다. 계약을 발주한 회사와 CSO 모두 경제적 이익 명세를 확인해 불법 리베이트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가 편법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에 따른 불법 리베이트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연구개발 사업 구조를 가져가기에 유리하다"며 "리베이트를 떠나 신약 개발 중심의 현 구조로 바뀌는 자정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ca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