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①] '역대 최고 조합'… 4년을 함께 달린 벨호, 8강 노린다
지소연·조소현·이금민 등 앞세워 최고 성적 도전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랭킹 17위)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첫 8강 진출에 도전한다.
벨호는 25일 오전 11시 콜롬비아(25위)를 상대로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이어 30일 오후 1시30분 모로코(72위)와 2차전, 8월3일 오후 7시 독일(2위)과 3차전을 각각 갖는다.
한국은 2003년 첫 본선 진출 이후 2015·2019·2023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2015년 한국 여자 축구의 최고 성적이었던 16강을 넘어 8강에 도전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단단히 준비한 만큼 기대도 따른다.
한국은 지난 2019 월드컵 직후부터 4년의 시간 동안 사령탑 교체 없이 벨 감독 체제로 꾸준히 조직력을 다져왔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남자 대표팀이 빌드업을 앞세운 확실한 팀 컬러로 16강이라는 성과를 낸 것처럼, 벨 감독 역시 빠른 전환을 중시하는 축구 철학을 긴 호흡으로 대표팀에 이식시켰다.
벨 감독은 경기 중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고 언제든 경기 템포를 높일 수 있도록 '고강도' 훈련을 해 왔다. 소집 때마다 '공포의 삑삑이 테스트'를 수 차례 실시하며 선수들 체력을 꾸준히 관리했고 회복 시간 없이 슈팅, 드리블, 대시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평소 입담이 좋은 이금민(브라이튼)이 "밥 먹는 게 낙인 나도 입맛이 없어졌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덕분에 이제는 벨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완성 단계에 접어 들었다.
한국은 최근 국내에서 치른 잠비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각각 5-2, 5-0으로 크게 눌렀고 지난 8일 출정식에선 아이티를 2-1로 꺾는 등 3연승을 달리며 기세 좋게 호주로 향했다.
이번 대표팀은 수년간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왔던 황금세대들과 유망주 신예들의 조화가 잘 이뤄져 기대를 모은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인 김정미, 김혜리(이상 인천현대제철), 지소연, 심서연(수원FC위민), 박은선(서울시청)등 베테랑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팀 중심을 잡고 있다. 또한 마지막 무대에서 새 역사를 쓰겠다는 동기부여도 강하다.
더해 한국 여자 월드컵 사상 첫 혼혈 선수인 케이시 유진 페어(PDA)를 포함, 여자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콜업된 천가람(화천KSPO), 배예빈(위덕대) 등 젊은 피들도 일을 내겠다는 패기로 가득하다.
심서연은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함께 훈련한 시간이 많다. 소집 기간이 길다보니 서로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팀 분위기는 지금까지 겪어본 모든 대표팀 중 최상"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H조에 속한 모든 팀들이 까다로운 만큼, 우선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삼고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 경기 상대이자 치열한 조 2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콜롬비아는 터프함을 앞세운 '파워 축구'를 구사한다.
지난 16일 아일랜드는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치르다 상대가 너무 위험한 플레이를 한다며 20분 만에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16일 강호 중국을 상대로는 2-2 무승부를 거뒀다.
벨 감독은 "지금은 콜롬비아와의 1차전에 모든 것을 집중할 생각이다. 콜롬비아의 거친 축구도 충분히 이겨내기 위해 그동안 고강도 훈련을 해 왔다. 쉽지 않은 상대지만 극복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2차전 상대 모로코는 H조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비진에 6~7명을 두는 극단적인 '지키는 축구'로 배후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최근 이탈리아, 스위스와 평가전을 치러 모두 0-0으로 비겼다. 이들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야 승산이 있다.
마지막 상대 독일은 세계랭킹 2위의 강자다. 개인 능력과 조직력에서 모두 한국에 앞선다. 다만 지난 8일 평가전에선 한국이 2전 전승을 거둔 잠비아에 2-3으로 충격패, 허점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확보한 뒤 최종전에 임하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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