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최연소 金' 역사 쓴 사격 반효진 "다음 목표는 그랜드슬램"
파리 대회 10m 공기소총 우승…"시상식 다니면서 다시 실감"
부상에 고전하다 전국체전서 부활…"총 바꾼 승부수 주효"
- 서장원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7·대구체고)이 다음 목표로 '사격 그랜드슬램'을 내세웠다. 그는 "운동선수로서 큰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효진은 지난 8월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16세 10개월 18일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반효진은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 사격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역대 올림픽을 통틀어 여자사격 종목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한국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 신기록도 썼다.
연말 여러 시상식을 다니며 트로피를 수집 중인 반효진은 4일 뉴스1과 만나 "전국 체전 준비 때문에 올림픽 금메달을 잊고 살았는데 연말에 많은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내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가 벅차다"며 웃었다.
올림픽 금메달로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보였던 반효진은 허리 부상 악화로 올림픽 이후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부진했다.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가고 싶었던 반효진은 깊은 좌절을 느꼈다.
반효진은 "부담을 잘 느끼는 성격이 아닌데 올림픽 금메달 후 부담이 확 늘더라. 금메달리스트라는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욕심을 내다보니 허리 부상이 심해졌고,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부진을 진단했다.
시련을 겪은 반효진은 지난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고등부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본선에서 631.8점으로 대회 신기록을 작성했고, 결선에서 253.6점을 쏴 비공인 주니어 세계 신기록을 썼다.
부상에 시름 하던 반효진이 반등할 수 있었던 건 '총 교체'라는 승부수가 적중했기 때문이다. 사격 선수에게 총을 바꾼다는 건 큰 모험이다. 그러나 반효진은 과감히 총을 바꿨고, 우승이라는 결실을 봤다.
반효진은 "이유는 모르겠는데, 올림픽 때 사용하던 총이 갑자기 나와 맞지 않았다"며 "그래서 체전 개막 3일 전에 총을 바꿨다. 도박이나 다름없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효진을 앞세운 대구체고는 전국 체전 4관왕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반효진은 올림픽에서 얻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후배들이 나에 대한 신뢰가 더 커진 것 같다. 그래서 편하게 조언했다. 다들 잘 따라줘서 좋은 성적을 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재 재활과 체력 운동을 병행하며 몸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반효진의 다음 목표는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이다.
반효진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이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한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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