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대형 참사까지 '안녕 2024'"…희망의 새해 기다리는 시민들

여느 해와 달리 썰렁한 보신각…가라앉은 연말 분위기
"내년에는 사건·사고 없길" "안전한 사회 위해 기도도"

30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제야의종 타종행사'를 앞두고 관계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 매년 이맘쯤이면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몰려들 시간이지만, 이날 보신각 일대는 썰렁했다. 평소 퇴근 시간대 풍경과 별다를 게 없었다. 넘쳐나는 인파로 거리가 꽉 차고, 인근 지하철역 이용이 어려웠던 지난해 분위기와 대비된다.

지난해 행사에도 왔었다는 직장인 임 모 씨(25)는 "원래 이 시간이면 발 디딜 틈 없고, 주변 카페도 꽉 찼을 정도였다"며 "사람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달 초 비상계엄이 선포된 데 이어 뒤숭숭한 탄핵 정국이 계속되고, 여기에 제주항공 대형 참사까지 겹치면서 연말 분위기도 덩달아 가라앉은 탓이다.

이에 서울시는 새해맞이 대표 행사인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축소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예정돼 있던 공연과 퍼포먼스는 취소됐고, 시민 대표 등 민간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타종식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시민들은 국가 애도 기간 중 차분한 분위기에서 올해 마지막 날을 보내며 새해맞이를 준비했다. 대부분 울적함을 호소하면서도 새해에는 더 이상 사건·사고가 없길 바라며 희망을 드러냈다.

임 씨는 "올해는 아리셀 참사, 시청역 사고, 비상계엄에 제주항공 참사까지 액땜 제대로 한 해인 것 같다"며 "올해는 전반적으로 울적했지만 내년에는 아무런 사고 없이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 씨(30)는 "연말에 안 좋은 소식이 겹치면서 모두가 힘든 와중 새해가 찾아온 것 같다"며 "새해에는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 안정을 되찾아 평안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년 반복되는 대형 참사가 더 이상 남 일 같지 않다며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최 모 씨(34)는 "평소에도 비행기를 자주 타는데 언제든지 (참사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며 "대형 참사가 계속되다 보니까 운이 좋아 하루하루 살아남는 느낌"이라고 탄식했다.

최 씨는 "매년 새해 소망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었는데, 그건 스스로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제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들, 주변의 건강이나 안전한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직장인 윤 모 씨(33)도 "그동안은 나와 주변 안위만을 생각했는데 이번 연도엔 우리 사회가 좀 더 상처를 회복할 수 있길 빈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