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대형 참사까지 '안녕 2024'"…희망의 새해 기다리는 시민들
여느 해와 달리 썰렁한 보신각…가라앉은 연말 분위기
"내년에는 사건·사고 없길" "안전한 사회 위해 기도도"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 매년 이맘쯤이면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몰려들 시간이지만, 이날 보신각 일대는 썰렁했다. 평소 퇴근 시간대 풍경과 별다를 게 없었다. 넘쳐나는 인파로 거리가 꽉 차고, 인근 지하철역 이용이 어려웠던 지난해 분위기와 대비된다.
지난해 행사에도 왔었다는 직장인 임 모 씨(25)는 "원래 이 시간이면 발 디딜 틈 없고, 주변 카페도 꽉 찼을 정도였다"며 "사람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달 초 비상계엄이 선포된 데 이어 뒤숭숭한 탄핵 정국이 계속되고, 여기에 제주항공 대형 참사까지 겹치면서 연말 분위기도 덩달아 가라앉은 탓이다.
이에 서울시는 새해맞이 대표 행사인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축소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예정돼 있던 공연과 퍼포먼스는 취소됐고, 시민 대표 등 민간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타종식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시민들은 국가 애도 기간 중 차분한 분위기에서 올해 마지막 날을 보내며 새해맞이를 준비했다. 대부분 울적함을 호소하면서도 새해에는 더 이상 사건·사고가 없길 바라며 희망을 드러냈다.
임 씨는 "올해는 아리셀 참사, 시청역 사고, 비상계엄에 제주항공 참사까지 액땜 제대로 한 해인 것 같다"며 "올해는 전반적으로 울적했지만 내년에는 아무런 사고 없이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 씨(30)는 "연말에 안 좋은 소식이 겹치면서 모두가 힘든 와중 새해가 찾아온 것 같다"며 "새해에는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 안정을 되찾아 평안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매년 반복되는 대형 참사가 더 이상 남 일 같지 않다며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최 모 씨(34)는 "평소에도 비행기를 자주 타는데 언제든지 (참사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며 "대형 참사가 계속되다 보니까 운이 좋아 하루하루 살아남는 느낌"이라고 탄식했다.
최 씨는 "매년 새해 소망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었는데, 그건 스스로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이제는 제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들, 주변의 건강이나 안전한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직장인 윤 모 씨(33)도 "그동안은 나와 주변 안위만을 생각했는데 이번 연도엔 우리 사회가 좀 더 상처를 회복할 수 있길 빈다"고 말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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