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 사건' 故윤이상 재심 첫 공판…"위수증 무죄" "증거인정 유죄"

유족 재심 청구 4년만…당시 국내 송환돼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형
변호인 "조작된 사건, 무죄"vs검찰 "공판 기록은 증거로 채택돼야"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윤 선생 집터에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유럽에서 동서양의 음악 기법·사상을 융합시킨 현대음악가로 평가받는 윤 선생은 1967년 동베를린(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예술인들의 탄원으로 풀려나 독일로 돌아가 영면했다. 동백림 사건은 2007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권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밝혀졌다. 2017.9.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은 작곡가 고(故) 윤이상의 재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과 검사 양측이 재판에 활용될 증거들의 인정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24일 윤이상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첫 공판을 열었다.

변호인 측은 수사 개시 단계에서부터 불법 납치·감금이 이뤄지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된 '위법수집증거'(위수증)이므로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국정원에서 진행한 과거사위원회에서 확인한 내용, 대법원에서 확인된 것처럼 수사 개시부터 불법 납치 감금으로 시작됐고 계속된 고문으로 피고인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고통받으며 강압 수사로 이뤄진 사건"이라며 "조작된 사건으로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진술, 법정 진술, 증거물 등이 나와 있는데 처음부터 위법한 사유로 체포돼 이뤄진 수사이기에 압수물도 위법 수사에 의한 증거"라며 "관련 증거가 위수증으로 채택될 수 없기에 증거 효력이 없고 추가 증거가 없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사 측은 불법 구금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검사가 작성한 수사 서류와 공판 조서 등 증거들은 동의받아 수집돼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되므로 유죄라고 반박했다.

검사는 "재항고가 기각된 점을 고려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불법성 측면은 별도로 주장하지 않는다"면서도 "그와 별개로 불법성을 인정해도 수사 진행 경과나 재판 진행 경과, 절차적 부분이 비교적 중하지 않은 부분, 불법 부분 외에 가혹행위가 인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검찰 단계 서류, 법원 1, 2, 3심, 파기환송심까지 진행된 공판조서 기록들은 증거로 채택돼야 한다"며 "그런 증거에 비춰봤을 때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유럽 유학생, 교민 등 200여 명이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윤이상은 국내로 송환돼 간첩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을 복역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윤이상은 "대통령의 친서 전달을 위해 만나자"는 독일에 파견된 중정 직원의 거짓말에 한국대사관으로 유인돼 2박 3일간 조사받은 후 중정에 구금됐다.

앞서 2023년 5월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윤이상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3년 만이다.

당시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던 수사관이 거짓말에 의한 임의동행 형식으로 피고인을 연행해서 구속한 일련의 행위는 형법 124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며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지난 7월 서울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 사건 심리가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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