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조서 내용 피고인이 부인했다면…대법 "증거로 사용 불가"

필로폰 판매 혐의 2심서는 "증거 능력 인정"…대법은 '파기환송'
"증거 사용 동의 안해…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 종전 판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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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공범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피고인이 부인하며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15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12월 15일 오후 2시쯤 B 씨의 승용차 안에서 현금 15만 원을 받고 필로폰 0.03g을 건네 매도한 혐의, 2023년 3월 1일부터 4월 초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A 씨로부터 필로폰을 샀다'는 B 씨의 자백 내용(피의자 신문조서)과 마약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기소됐다.

그러나 A 씨 측은 법정에서 "B 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적이 없고 B 씨가 선처를 받기 위해 필로폰을 매매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B 씨 역시 "수사기관에서 착각해서 진술한 것"이라며 증언을 번복했다.

이에 따라 1심은 A 씨의 혐의에서 필로폰 매도 부분을 무죄로 봤지만, 2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12조 1항, 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먼저 피고인이 자신과 공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종전 판례를 인용했다.

이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고인 공범인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조서에 관해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로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