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미래칼럼] 시간은 세대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장우현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
장우현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

누구에게나 '빚'은 껄끄러운 존재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빌린 후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항상 개인을 옥죈다.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4년간 IMF에 대한 채무자가 되었다. 당시의 절망적인 경제성장률과 국민의 고통은 겪어본 세대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겪은 세대가 다시 한번 빚을 생산하고 있다. 단지 이번엔 그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닌,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방식이다.

불어나는 채무, 사라지는 책임

국가가 재정을 운용할 때 세금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국가는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을 충당한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사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 운용의 방식은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전 세계 어떤 국가를 돌아봐도 유사한 형태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규모다. 2024년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1200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의 당시 700조 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또한 2019년 37%에서 2023년 50%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표가 보여주듯,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채무 수준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인 개인의 경우 채무가 증가한다면 소비를 줄이고 빠른 상환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이 국가는 그렇지 아니하다. 정부도, 국회도, 여당도, 야당도, 경쟁적으로 감세와 확장적 재정을 부르짖는다. 흔히 말하는 '악성 채무자'의 행보와 다를 바가 없다.

지난 9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세수 결손은 30조 원이었다. 2년째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만 문제인가? 그렇지도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이른바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으로 불리는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다. 이로부터 발생할 비용이 약 13조 원으로 예상되었는데, 그 재원 확보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민생'이란 이름만 붙인다면 이로부터 파생되는 13조 원의 빚이 하늘에서 떨어진단 말인가. 결국 우리의 기성세대 정치권은 미래 세대가 지게 될 빚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재정 운용엔 미래가 없는가

국가채무를 갚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이다. 그러나 재정 운용의 논의에서 미래 세대의 자리는 없다. '누가, 어떻게 재정을 충당할 것인가'는 빠진 채, 현재의 효용, 현재의 지지율만을 고려한다.

무려 국민의 40%가 민생회복지원금에 찬성했다. 청년층 지지도는 50%에 육박했다. 기성세대만이 문제가 아니다. 청년 세대 또한 현재의 수혜에 눈이 멀었을 뿐, 그 수혜가 향후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정책결정자도, 기성세대도, 청년 세대도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현실이다. 현재에 눈먼 국가에 미래가 있을 것인가.

기성세대에게, 그리고 청년 세대에게

기억하라. 시간은 세대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죄를 급류에 태워 넘겨줄 뿐이다. 벽돌의 대한민국을 발견하여 대리석의 대한민국을 만든 세대가, 이젠 금을 칠하기 위해 빚을 쌓는다. 가정에서는 빚을 넘겨주지 않고자 노력하는 부모들이, 국가 아래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빚을 넘긴다. 역설적이지 아니한가.

'공짜 점심은 없다'

필자가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인상 깊게 보았던 문장이다. 그 어느 것도, 아무 이유 없이 효용을 증가시켜 주진 않는다. 같은 청년으로서, 청년 세대에 던지고픈 경각심이다.

/장우현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

※청년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청년미래위원들의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