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원점' 검토에 당정 의견 일치…중재자 한동훈 역할론

당정 갈등 확산 기류 속 대통령실 한발 물러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당정 한목소리…한동훈, 당 장악력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통령실도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당정 갈등설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한 대표의 유예안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지난 6일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두고 나란히 '제로베이스'와 '원점' 논의를 언급하면서 한 대표가 의정갈등 중재자로서 입지를 넓히면서 당 장악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에도 대통령실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논의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원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폭을 넓히고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무엇보다 한동훈 대표가 제시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까지도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고위당정 이후 유예안의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해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합리적 추계를 했다"면서 한 대표의 제안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같은날 열리기로 한 국민의힘 연찬회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고, 같은 달 30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만찬 역시 추석 이후로 미뤄지면서 당정 갈등설은 점점 커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4·10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으로 충돌했고, 이후에도 제3차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 주요 현안마다 확연히 다른 인식 차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당정 화해 무드가 연출된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정은 갈등은 잠시 미뤄두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의료 개혁 속도 조절에 의견을 모았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지난 5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만나 의료 개혁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신이 제안한 유예안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장상윤 수석은 전날 YTN에 출연해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됨 없이 합리적인 안을 가져오면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한 대표가 전날 공식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통령실은 즉각 화답하기도 했다. 당초 민주당이 처음으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했을 땐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운 데다가 당정 화해 무드도 조성되면서 한 대표의 당내 입지도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친윤(친윤석열)계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원점' 논의를 언급하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한 대표가 자기주장을 관철한 것"이라며 "당 장악력 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한 대표에게 활로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