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尹 외교 활동 "국내목표 강해…프로토콜 먼저 자리잡아야"(종합)

서울대서 정치개혁 강의…마약·간첩·코인 등 정부·여당 아젠다 비판
총선 출마엔 "고민하며 준비 중, 나가면 당선돼야"…제3지대는 부정평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와 정치개혁: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2023.5.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김정률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 활동과 관련해 "하버드 (대학 연설) 고집했다는 얘기를 듣고 정치적 목적이 있구나, 마찬가지로 영어 연설에 집착하는 것들은 국내적인 목표가 강했던 외교활동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대 초청 강연 '대한민국 정치와 개혁: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서 윤석열 정부의 잇단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서울대 학생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외교에 대한 몰이해는 구조적 한계점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외교는 외교부 관료들이 주로 한다"며 "미국의 경우 상원 의원 하나하나 독립적인 외교 주체로 활동할 공간이 마련되지만 대한민국에선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대통령께서도 외교 안보 문제를 다루자마자 공개한 게 국방부 벙커 위치다"라며 "비밀이나 이런 것을 취급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고, 외교적 화법도 익숙지 않다. 이런 사람이 훈련된 사람을 상대하면 그런 상황에서 겪게 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이 기존 외교와는 이질적인 선택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이제 또 프로토콜을 너무 버리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그걸 먼저 배웠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보에 너무 탐닉하고 있는 단계라서 빨리 프로토콜이 자리 잡아야 한다. 밖에서 보면 국격에 해당되는 건데"라고 했다.

대일외교와 관련해서도 "언뜻 보면 일본은 신경 안쓰는데 우리가 알아서 기는 것처럼 가는 것 자체가 프로토콜의 문제"라며 "오염수 문제도 일본이 방류하는 것을 우리가 막을 실권적인 힘이 있느냐고 보면 없다고 보는 게 정상인데, 그럼 대신 일본에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 건지가 과제다. 그것에 반대하면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우리가 선제적으로 가서 포기해 버린 게 됐고, 그게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돼 버린 것"이라고 했다.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핵포기 선언 같은 정치적 선언을 할 때가 됐다면 말뿐인 핵우산처럼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보통은 뭘 요구하냐면 완전히 인계 철선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아니면 핵과 관련된 다른 것들 풀어내려 한다"며 "핵추진잠수함이나 핵추진항공모함의 경우 핵 추진 체계에 쓰는 건 협상할 지점인데 그런 건 반대급부로 세게 할 수 있고, 그러면서 핵포기 선언을 하면 어땠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문제를 잘 풀어나갔다고 하면 핵연료재처리 문제까지 얘기해 볼 수 있었다고 본다"며 "근데 지금은 등가교환이 아니란 느낌을 많은 국민들이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강의에서 앞으로 논쟁사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시대 변화를 이끄는 아젠다 세팅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여당이 다루고 있는 아젠다의 예로 마약과 간첩,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사태 등을 예로들며 생산적이지 못한 주제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강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새 최고위원 선출과 관련한 추대설에 대해 "당원 100% 선거를 통해 민심과 괴리된 지도부를 선출했다는 비판이 있다"며 "당원보다 더 좁은 영역인 추대 형식으로 뽑았을 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김기현 지도부에서 결원 한 명을 채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어떻게 다시 좋은 방향으로 설정할 것이냐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또 "태영호 사태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과 상반된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라며 "결국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확장의 의미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김종인, 이준석 지도부에서 했던 것처럼 호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라든지 젊은 세대에 대한 접근 이런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5·18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지금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안 간다고 했을 때 작년에 갔다 온 것이 무색해진다"며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행보와 이어져 있어 오히려 과거의 노선을 버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가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를 마친 뒤에도 이어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총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전략자체가 상대가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게 해라다. 쟤네들 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 따라 전략·전술을 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내가 이렇게 하면 쟤넨 어떻게 하고 또 그럼 난 어떡하지 그런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고, 이번에 나가면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 3지대 출범에 대해선 "제가 여러분에게 아젠다세팅을 말했다. 아젠다가 뭐였냐가 중요한데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뭐냐면 제3당을 만들 때 왜 만드냐고 하면 거대양당의 획일화를 타파한다고 그러지 않냐. 그런 틀에 박힌 답을 할거라면 그런 건 안 만든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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