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진출' 불씨 살린 북한, 축구붐에 슬며시 해외축구 다시 중계

조선중앙TV, 해외 축구 '무단 중계' 중단 5개월 만에 재중계 시작
여자축구, 연이은 우승에 고무…오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미만(U-17) 여자 아시안컵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축구선수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최근 아시아권 축구대회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르며 여자축구 강세를 이어가는 북한이 5개월 만에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중계를 재개해 눈길을 끈다.

11일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7일 2023-2024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대 노팅엄 포레스트 경기를 90분간 녹화중계했다.

조중TV는 이날을 시작으로 5월 30일, 5월 31일, 6월 3일, 6월 5일, 6월 8일, 6월 9일 등 최근까지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지난 시즌 EPL 경기를 중계방송하고 있다.

북한의 EPL 경기 중계는 5개월여만이다. 북한은 이전까지 EPL뿐 아니라 이탈리아 세리에A 등 해외 축구 경기를 거의 매일 중계하다가 지난해 12월 23일을 끝으로 이를 갑자기 중단했다.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저작권 없이 무단으로 해외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해석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렸던 여자 월드컵 축구 경기를 무단 중계한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위원회(KRT)에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것을 촉구하는 경고장도 보냈다.

북한이 5개월 만에 다시 해외 축구 재중계에 나선 배경은 불분명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제 축구대회에서 연이어 거둔 성과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0세 이하(U-20) 여자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어 지난달에는 2024년 AFC 17세 미만(U-17) 여자 아시안컵 경기대회서도 우승했다.

북한 내 축구 인기가 상당한 데다 코로나19로 3년여간 국제 스포츠 무대에 나가지 않았던 북한이 국제 대회 복귀 이후 거둔 가장 눈에 띄는 성과인 만큼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욱이 스포츠는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로, 이같은 '축구붐'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해외 축구 중계를 재개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북한 매체들도 우승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이들의 귀국을 크게 환영하고 이후에도 "체육부문이 이룩한 또 하나의 떳떳하고 뚜렷한 전진"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라오스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 5차전에서 시리아를 1:0으로 이기면서 3차 예선 진출의 불씨도 살린 상황이다.

이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북한 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고조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앞서 지난 3월 일본과의 4차전 경기를 평양에서 치를 예정이었으나 돌연 개최가 어렵다고 일방 통보하면서 FIFA로부터 몰수패 판정을 받았고 이에 월드컵 예선 조기 탈락 전망까지 나왔었다.

현재 북한은 일본(승점 15점), 시리아(승점 7점)에 이어 조 3위(승점 6점)에 올라있다. 이날 예정된 미얀마(조 4위·승점 1점)와의 경기와 시리아와 일본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3차 예전 진출이 결정될 예정이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