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추억 '에어조던'으로 날다…'스니커즈 언박스드'展

8000만원짜리 에어조던, 364개 스니커즈 놓인 '아워월' 등 스니커즈의 모든 것
국내 최대 규모의 스니커즈 전시…세종문화회관에서 9월10일까지, 유료관람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런던디자인뮤지엄 월드투어 전시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Sneakers Unboxed: Studio to Street)’ 프레스투어에 참석한 취재진들이 리가야 살라자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365개의 스니커즈로 구성된 '아워월(Our Wall)'을 보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5년 겨울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류준열)은 신발장에서 새신발을 꺼내 현관에 내려놓으며 무릎을 접는다. 그리고는 흐뭇한 미소로 이렇게 말한다. "하이~ 에어 조단" (해당 모델: 에어 조던3 파이어 레드)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끈 역사상 최고의 농구 선수이자 농구 황제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조던, 그를 위한 운동화 '에어 조던'은 당시 남학생들의 선망 대상이었다.

2023년 1월, 3040 아재들과 학창 시절을 함께 한 만화 '슬램덩크'가 애니메이션 영화로 돌아왔다. 1990년대 초반 국내에 소개되어 말 그대로 농구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 30여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자 '아재들'은 주로 혼자 극장을 찾아 조용히 추억에 젖었다.

여기서도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어 조던'. 주인공 강백호는 에어 조던 6 인프라 레드를 시작으로 전설의 신발이라 불리는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를 신고 코트를 누빈다.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런던디자인뮤지엄 월드투어 전시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Sneakers Unboxed: Studio to Street)’ 프레스투어에 참석한 취재진이 나이키 에어 조던 컬렉션을 보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에어 조던으로 대표되는 '스니커즈'는 하나의 문화가, 패션을 넘어 산업이 됐다. 희귀한 모델을 구하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웃돈을 얹어 구하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런 스니커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9월10일까지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을 개최한다. 2021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전시가 네덜란드와 대만을 거쳐 한국에 온 것이다.

이번 전시는 본래 운동선수를 위해 고안된 '스니커즈'가 어떻게 여러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스타일이자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전망한다.

운동화에 불과한 '신발'이 '디자인 오브제'로 해석되고 스트리트 패션을 넘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게 된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아울러 살펴본다.

나이키가 에어 조던 디자이던 12명에게만 판매했던 에어 조던. 현재 금전적 가치는 최소 8000만원이다. 2023.5.30/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세종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만큼 핵심 스니커즈가 모두 전시된다. 대표적으로 에어 조던 시리즈와 영원한 클래식 에어포스, 덩크, 에어맥스 시리즈를 비롯해 뉴발란스와 푸마, 아식스 등 브랜드 및 해당 브랜드들과 협업한 컬라보레이션 제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아워월'(Our Wall)은 스니커즈에 관심이 큰 사람이라면 눈 돌아갈 만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에 12족만 출시된 에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가 NBA 데뷔 당시 출시됐던 나이키 스니커즈, 에어 맥스 시리즈, NBA 주요 선수들이 신었던 고유의 농구화 등 364켤레의 스니커즈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들 신발의 금전적 가치만 최소 100만달러(약 13억원)에 달한다.

전시 관계자는 "전 세계에 12족만 출시된 에어 조던은 나이키가 에어 조던 디자이너 중에서 12명에게만 판매한 모델"이라며 "이 신발을 산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판 것인데, 지금 이 신발의 금전적 가치는 약 8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신발이 '얼마이다'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신발을 팔지 않거나 소장자가 내놓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전시에서만 소개되는 에어 조던 컬렉션은 신발만으로 슬램덩크와 조던 마니아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미스치프가 미국 래퍼 릴 나스엑스와 에어맥스 97을 기반으로 공동 제작한 '사탄 스니커즈'와 '성수' 스니커즈. 2023.5.30/뉴스1 ⓒ 뉴스1

함께 전시된 2005년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과 나이키의 협업으로 탄생한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는 전 세계 150족만 판매된 모델로, 출시 당시 사람들이 몰려 경찰이 출동하고 구매자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상황을 초래한 모델이다. 현재 수천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터 그룹 미스치프가 미국 래퍼 릴 나스엑스와 공동 제작한 '사탄 스니커즈'도 만날 수 있다. '사탄'은 나이키 에어맥스 97 모델을 개조해 운동화 밑창에 혈액 한 방울을 넣어 제작한 모델이다. 요르단강에서 끌어온 '성수'를 넣어 만든 또다른 모델 '지저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단순히 스니커즈를 전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스니커즈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는지 그 역사 등을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한다.

일례로 1970년대 운동선수에게 제공되던 스니커즈가 스포츠 용품 회사의 스타 마케팅과 결합해 한정판 출시로 이어지며 인기가 치솟고, 기술 도핑 문제로 육상 경기에서 착용이 금지된 스니커즈, 1985년 조던의 첫 번째 에어 조던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소개하는 식이다.

또 퍼포먼스 섹션에서는 스타일 이면에 담긴 각 제조사의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 연구를, 지속가능성 섹션에서는 환경적 요구에 따라 업사이클링과 리메이크 등 스니커즈 수명 연장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유료 관람.

글로벌 온라인 리셀 플랫폼인 스탁X가 제공하는 나이키 덩크 리셀가 변동표. 2023.5.30/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ickim@news1.kr